[파이낸셜뉴스]대기업집단 중 총수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 임원으로 등재된 회사가 163개사로 나타났다.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위치에 있는 셈이다. 다만,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 참여하는 회사 비율은 늘고 있다. 과거 총수일가가 그룹 경영에 영향력은 행사하면서도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은 회피하기 위해 이사 등재를 기피하던 구조가 바뀌는 모양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발표했다.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은 총수 있는 71개 집단 소속 2753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총수일가의 등기, 미등기임원 등 경영참여 현황 등을 점검했다.
등기임원은 법인등기부등본에 등록돼 이사회 활동을 하는 임원으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선임된다. 미등기임원이란 법인등기에 등록되지 않고 명예회장 등 회사 업무를 집행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명칭을 사용해 업무를 집행하는 자를 말한다. 각종 권한과 혜택만 챙기고 경영실패 책임은 면죄부를 받을 우려가 있는 셈이다.
총수일가 경영참여 현황을 살펴보면 분석대상 회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468개사(17.0%)이다. 전체 이사(9836명) 중 총수일가 638명(6.5%)이 이사로 등재됐다.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회사 비율과 전체 이사 중 총수일가의 등재 비율 모두 2022년 이래로 상승 추세다. 총수 본인은 평균 2.8개, 총수 2·3세는 평균 2.6개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총수일가 이사 등재 회사 비율은 △2022년 14.5% △2023년 16.6% △2024년 17.0%다. 전체 이사 중 총수일가의 등재비율은 △2022년 5.6% △2023년 6.2% △6.5%다. 전체 계열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셀트리온 △부영 △농심 △DN △BGF 순으로 높았다.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일가의 비율은 △셀트리온 △부영 △농심 △케이씨씨 △반도홀딩스 순으로 높았다.
다만, 미등기임원도 늘었다. 총수일가가 이사회의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회사는 163개사(5.9%)다. 전년(5.2%) 대비 0.7%p 증가한 수치다. 총수 본인은 평균 2.5개, 총수 2·3세는 평균 1.7개 미등기임원을 겸직하고 있다. 또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직위 총 220개 중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직위가 119개로 절반 이상(54.1%)이었다.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총수일가의 보유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회사가 50% 초과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를 일컫는 말이다. 공정거래법은 이러한 구조에서 일감 몰아주기나 사업기회 유용 등 부당한 내부거래가 일어나기 쉽다고 보고 별도로 규제하고 있다.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하이트진로가 63.6%(11개사 중 7개사)로 가장 높았다. 다음은 △금호석유화학 △중흥건설 △셀트리온 △DB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미등기 임원은 이사회 활동을 하는 등기이사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과 관련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사례가 2년 연속 늘었다.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총수일가인 미등기임원의 과반수가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소속이라는 점에서 총수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서 대기업집단의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는지 여부, 이를 통해 사익편취를 추구하는지 여부 등에 대한 면밀한 감시를 지속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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