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금융권에 따르면 3·4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CET1은 11~13%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KB금융지주(13.85%) △신한금융지주(13.13%) △하나금융지주(13.17%) △우리금융지주(11.96%)로 집계됐다.
CET1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 자본적정성 지표 중 하나다. 금융당국은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지만 주요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여력 확보를 위해 13% 이상을 목표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CET1은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에 궤를 같이 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CET1 13% 이상의 잉여 자본을 내년 1차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내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자본은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신한금융 역시 CET1 13% 초과 자본은 주주환원에 활용해 2027년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은 CET1 13~13.5% 관리를 목표로 2027년 주주환원율 50%를 제시했다. 우리금융은 CET1 11.5%까지는 주주환원율 30%, 11.5~12.5%까진 주주환원율 35%, 12.5~13%까지는 40%, 13% 이상부터는 5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외화환산 위험가중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CET1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외화대출은 원화로 환산 후 위험가중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환율이 상승하면 외화대출 평가액도 오르고 이는 곧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진다. 4대 금융지주 기준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는 경우 CET1은 평균 0.01%~0.0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비상계엄 직후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은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50원을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1500원까지 치솟을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 터라 내년 금융지주들의 주주환원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 리스크에 더해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젝트에 부담이 되는 요인은 '상생금융 시즌2'다. 은행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부로부터 소상공인 지원을 골자로 한 상생금융 시행을 압박받고 있다. 이미 당국과 은행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추가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논의 중인 상태다.
은행들은 서민과 취약 계층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지만, 주주환원을 고려하면 고민이 깊다. 상생금융 재원의 비용 처리로 순이익이 줄면 그만큼 배당 여력 등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에는 금리 인하기에 접어드는 등 경영 환경도 악화되는 상황이라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상충되고,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규모나 방식 등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횡재세나 다름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금융권은 적극적으로 위험가중자산을 관리해 계획대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 모두 한국거래소의 '코리아 밸류업지수'에 편입된 만큼 새해 밸류업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당국도 올해 도입될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완충자본 규제의 도입을 내년 하반기 이후로 연기하고, 은행의 해외법인 출자금 등 비거래적 외화자산에서 발생하는 환율 변동 시장리스크는 위험가중자산 산출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히는 등 환율 안정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우선 당국 정책으로 환율 리스크는 다소 상쇄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율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등 밸류업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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