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약·바이오, 인터넷 등 성장주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조절론에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통상 성장주는 금리가 하락하면 미래 이익에 대한 할인율이 낮아져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데 연준이 매파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장 대비 2.24% 하락한 95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은 전 거래일 대비 각각 5.54%, 2.54% 떨어졌으며, 이외에도 셀트리온(-3.41%), 셀트리온제약(-3.32%), 유한양행(-3.33%) 등이 3%대 하락 마감했다.
제약·바이오 종목을 모아놓은 대표 지수들도 약세를 보였다. 이날 KRX300헬스케어 지수는 전장 대비 3.04% 떨어졌으며, KRX헬스케어 지수는 2.97%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1.95%)보다도 낙폭이 큰 셈이다.
제약·바이오는 대표적인 성장주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자금 조달에 유리해 금리인하 수혜주로 분류되기도 한다.
제약·바이오와 함께 성장주로 분류되는 인터넷도 이날 일제히 휘청거렸다. 이날 네이버는 전장 대비 1.41% 하락했으며, 카카오는 5.07% 급락했다.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적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성장주가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연준은 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지만, 내년도 금리 인하 횟수는 기존의 4번에서 2번으로 크게 줄였다. 또 제롬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의 추가 조정을 고려할 때 더욱 신중할 수 있다”며 금리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아이엠증권 이상헌 연구원은 “이번 FOMC 발표를 통해 향후 연준의 금리인하가 시장의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주에 대한 투심이 급격히 위축됐다”며 “성장주들은 금리인하기에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재료가 불확실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이 금리인하에 대한 신중함을 강조한 만큼 트럼프 정책이 구체화될 때까지 관망세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금리 인하 기조는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가 하락을 성장주의 재진입 기회로 여겨야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연구원은 “연준은 이번 회의를 기점으로 경기 하방 위험에서 물가 재상승 리스크 관리로 바뀌기 시작했다”며 “다만 여전히 중립금리 수준을 상회한 금리로 서비스 수요 둔화에 따른 물가 안정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금리인하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상인증권 김용주 주식전략팀장은 “이번 발표로 연준이 매파적인 시각 선회가 나타난 것은 맞지만, 금리인하라는 대전제는 바뀌지 않았다“며 ”결국 시장금리가 떨어지면 성장주에서는 주가 상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김 팀장은 “성장주 중에서도 제약 바이오, 특히 CDMO(위탁개발생산)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며 “실적 성장이 기대되고 펀더멘탈이 탄탄한 만큼 재진입의 기회로 해석해야한다”고 덧붙였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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