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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만에 '통상임금' 판례 변경…'고정성' 폐기해 범위 확대

서민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9 16:59

수정 2024.12.19 16:59


대법 전합, 통상임금 개념 재정립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중 '고정성' 기준 폐기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9일 오후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착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재직 여부나 근무 일수 등 조건이 부여된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기존 판례에선 각종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갖춰야 한다고 봤는데, '고정성'을 폐기하도록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 전·현직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고정성'을 폐기하고 소정근로 대가성을 중심으로 통상임금 개념을 재정립했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한 금품으로, 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 퇴직금 등의 산정기준이 된다.

한화생명 사건은 '지급 시점에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현대차 사건은 '15일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다퉜다.
대법원은 한화생명 근로자가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하고, 현대차 근로자가 패소한 원심 판결은 파기환송했다. 모두 근로자 손을 들어준 셈이다.

대법원은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고정성'을 제외하고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 기준을 재정립한 것이다. 고정성이란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돼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돼야 한다'는 조건이다.

대법원은 "고정성은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법령 어디에도 근거가 없다"며 "법령상 근거 없이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요구하는 것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킨다"고 판단했다.

판례 변경에 따른 새로운 법리는 선고일 이후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된다. 통상임금이 임금체계의 근간이 되는 만큼,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다만 이번 두 사건과 같은 쟁점으로 다투고 있는 통상임금 관련 사건에는 소급 적용된다.

대법원 판례가 바뀐 것은 11년 만이다. 앞서 대법원 전합은 지난 2013년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근무일수 충족'이라는 추가 조건이 있다는 점에서, 고정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갑을오토텍은 2개월을 초과해 근무한 근로자에게 상여금 전액을 지급하는 반면, 신규입사자·휴직자에게는 차등 비율을 적용해 금액을 산정했다.
이를 두고 하급심은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이 아니어도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된다면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고 봤지만, 대법원이 판단을 달리했다.

한편 경영계는 이번 판결이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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