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거위가 계속 황금알을 낳으려면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19 18:11

수정 2024.12.20 10:19

정상희 생활경제부 기자
정상희 생활경제부 기자
이솝우화의 '황금알을 낳는 거위' 이야기는 현대에 들어 지속적으로 이득을 가져다 주는 상품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한때 영업이익이 매년 증가했던 TV홈쇼핑은 케이블·위성·IPTV 등 유료방송사업자에게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TV홈쇼핑 방송 송출에 대한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이솝우화에서 거위의 황금알을 더 갖고 싶었던 농부처럼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송출수수료를 꾸준히 인상하고 있다. 문제는 거위의 상태다.
황금알을 낳던 TV홈쇼핑의 경영 상황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지난 6월 TV홈쇼핑협회가 발간한 '2023년도 TV홈쇼핑 산업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TV홈쇼핑 업체 7개사의 총매출액은 5조5577억원이다. 이는 전년 5조8721억원에 비해 5.4% 감소한 수치다. 대부분의 유통 채널이 불황을 맞아 힘든 상황을 겪고 있지만 물가상승률 등으로 인해 매출은 커지고 있는 것에 비해 홈쇼핑 업계는 외형마저 줄어든 것이다. 영업이익을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TV홈쇼핑 업체 7개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3270억원으로 지난 2022년의 5026억원에 비하면 30% 이상 감소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송출수수료는 줄어들지 않았다. 벌어들이는 돈은 극명하게 줄었는데, 내야 할 수수료는 늘어나는 기형적 상황이 계속돼 왔다. 그 결과 전체 TV홈쇼핑방송 사업 매출에서 송출수수료의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100원을 팔면 70원을 수수료로 내야 하는 셈이다. 이 비율은 2019년까지만 해도 50% 미만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홈쇼핑 업계의 실적 악화가 단순히 경기 침체나 경영 능력 부족에서 기인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TV 시청 인구가 절대적으로 줄고, 시청률은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TV를 통한 커머스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거위 배를 가르기 직전까지 몰린 상황이 오자 홈쇼핑 업계 선두주자인 CJ온스타일은 최근 결단을 내렸다. 3개 유료방송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방송 송출 중단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CJ온스타일은 지난 5일 0시부터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딜라이브와 아름방송, CCS충북방송에 방송을 내지 않고 있다.

사상 초유의 '블랙아웃' 사태를 업계 관계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협상 결렬이 다른 TV홈쇼핑 업체나 유료방송사업자들 간의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주무부서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케이블TV 3사 및 CJ온스타일 등 이번 사건 당사자들에게 방송 재개 처분 사전통지를 한 상황이다. 방송 중단 행위는 송출수수료 대가검증협의체의 가이드라인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거위의 죽음을 재촉하지 않는 현명한 의사결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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