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연속 1450원 뚫은 원·달러 환율
계엄·탄핵사태에 美연준 속도조절까지
‘저성장 경고등’에 금리 인하 압박은↑
“우선 환율 안정부터” 외환당국 규제 완화
계엄·탄핵사태에 美연준 속도조절까지
‘저성장 경고등’에 금리 인하 압박은↑
“우선 환율 안정부터” 외환당국 규제 완화
■美연준 금리인하 속도 조절에 환율, 2일 연속 1450원대
22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 20일 원·달러 환율은 1451.4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지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1450원을 넘긴 19일(1451.9원)에 이어 이틀 연속 1450원대에서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의 변동폭은 이달 들어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12월에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하회한 건 지난 2일 시가(1396원)가 유일하다. 이후 비상계엄부터 탄핵사태까지 정국 불안이 확대되면서 1430원대까지 오른 원·달러 환율은 앞서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앞으로 1년간 금리 인하 횟수를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이겠다고 시사하자 1453.1원까지 치솟았다. 3주 사이에 등락폭만 57.1원에 달한다.
당분간 원화 약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관세 인상 등 대외적 불확실성이 남아있고 연준의 정책기조 변화에 따른 달러 강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1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으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금융시장이 반응하는 것처럼 아직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내년 상반기까지 외환시장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내년 들어 대내외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달러 강세와 맞물린 원화 약세 압력이 적어도 상반기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비상계엄에 저성장 우려는 커져...금리 인하 ‘딜레마’ 확대
이에 다음달 16일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심은 깊어지게 됐다. 탄핵 국면에 내수 위축이 심화되며 경제 부양 필요성은 커졌다. 계엄 사태 직후 이달 4~13일 신용카드 하루 평균 사용액은 2조5102억원으로 전월 같은 기간보다 3%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추경 등 재정 집행 공백까지 겹치며 금리 인하 압박은 커진 상태다.
그러나 연준의 매파적 인하에 따른 강달러가 건재한 가운데 한은이 1월 금리를 단행할 경우,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로 원·달러 환율이 더 밀어올려질 여지가 크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환율 수준 그리고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당국의 노력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금리인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한은도 내년 금통위 최대 걸림돌로 환율을 꼽고 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 소수의견을 개진한 유상대 부총재와 장용성 금통위원은 공통적으로 '환율 경계감'을 드러냈다. 11월 평균 환율이 1393.4원 수준으로 1400원을 하회했음을 고려할 때, 1450원을 넘어선 지금은 외환시장에 대한 한은의 경계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이에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에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은 올해 말 '2025 경제정책방향'에 담길 예정이었던 외환수급 개선방안을 지난 20일에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 컨퍼런스콜을 열고 발표했다. 은행 선물환 포지션 한도를 50% 확대하고 원화용도 외화 대출 규제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정책 기조 전환을 통해 원·달러 환율 상승세를 제어하겠다는 목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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