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내수침체와 소비심리 악화로 경영난에 빠진 아울렛업계에 '명절 당일 휴업'이라는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아울렛이 지난 추석에 이어 설 당일인 내년 1월 29일에도 영업을 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은 아울렛 특성상 매출 부진을 명절 당일 영업을 통해 조금이라도 만회하겠다는 고육지책이 이제는 '뉴노멀'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사이먼은 설 당일인 내년 1월 29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여주·파주·부산·시흥·제주 등 전국 모든 프리미엄 아울렛 점포를 열기로 결정하고 이같은 내용을 입점업체에 전달했다.
롯데아울렛은 동부산·김해·파주·이천·기흥·의왕 등 프리미엄 6개점과 부여·이시아 등 교외형 2개점 설 당일 영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추석 협력사원 휴식보장 차원에서 당일 영업을 하지 않았던 현대아울렛도 내부적으로 내년 설 당일 영업을 검토 중이다.
아울렛업계가 명절 당일에도 영업하는 건 지난 추석에 이어 두 번째다. 신세계·롯데아울렛은 각각 2007년, 2008년 문을 연 이래 사상 처음으로 올해 추석 당일 영업을 결정했다. 여름철 방문객이 줄어들면서 명절 당일에라도 문을 열어 매출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위기감이 컸다. 롯데아울렛에는 추석 당일에만 20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가면서 '명절 영업' 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신세계프리미엄아울렛도 추석 연휴 기간 방문 차량이 지난해보다 평균 20% 이상 늘었다. 내년 설 당일 영업 결정 역시 실적 개선의 필요성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아울렛 매출은 대부분이 패션 쪽에서 나오는데 이상 고온으로 '효자 상품'인 패딩과 코트 등 겨울옷이 전반적으로 잘 팔리지 않은 것도 이유다.
하지만 휴식권 보장 차원에서 자제했던 '명절 당일 휴무 원칙'이 깨지면서 아울렛 입점 업체 사이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입점업체 관계자는 "자율이라고 하지만 휴일 하루 영업에 따른 매출 차이가 커 매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점업체 입장에선 문을 안 열 수가 없다"며 "경쟁이 워낙 치열한 분위기라 한 아울렛이 영업하면 업계 전체가 영업하는 분위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울렛들은 아직 설 당일 영업 여부에 대해 '확정된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사이먼 관계자는 설 당일 영업과 관련해 "임점 브랜드를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있으며, 검토 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아울렛 관계자도 "설 당일 영업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아울렛업계는 신정인 내년 1월 1일에도 모두 영업한다. 대형마트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설 당일 휴업하는 19개점을 제외한 107개점을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다.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아직 설 당일 영업 여부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백화점업계는 신정인 내년 1월 1일과 설 당일 모두 예년과 마찬가지로 휴업할 것으로 알려졌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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