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싹트는 北美 관계… 韓 ‘비핵화 패싱’은 막아야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3 06:00

수정 2024.12.23 06:00

트럼프 2기 한반도 변화 예고… 2025년 韓 전략은
中·러, 北 핵고도화에 유리한 조건 만들어
中, 올해 중반 이미 600개 넘는 핵탄두 보유
트럼프, 우크라·중동 진정시킨후 中 집중
무장단체 득세 우려… 주변국들 이권 각축
대내외 불확실성에 ‘한국 패싱’ 대비책 시급
북한이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9월 19일 밝혔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이 고중량 재래식 탄두를 장착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지난 9월 19일 밝혔다. 북한 미사일총국은 전날 "신형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와 개량형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북한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지난 1월 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대 생산 공장을 둘러보며 전략미사일 전력을 과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중요군용대차생산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지난 1월 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중국군 최첨단 정찰형 무인기가 동해 상공을 선회한 뒤 돌아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3월 27일 보도했다. 사진은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 동원된 최신 무인기. AP뉴시스
중국군 최첨단 정찰형 무인기가 동해 상공을 선회한 뒤 돌아갔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3월 27일 보도했다. 사진은 2015년 9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 동원된 최신 무인기. 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한 식당에서 시리아 여성들이 혁명군 깃발을 흔들며 바샤르 아사드 정권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17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의 한 식당에서 시리아 여성들이 혁명군 깃발을 흔들며 바샤르 아사드 정권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AP뉴시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비롯해 북한군의 우크라전 파병, 중동사태 장기전, 트럼프 미국 2기 정부의 출현 등 국제정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크고 작은 변수가 수두룩하다. 군사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2024년 한 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사태 등이 장기화되면서 지역 차원에서 안보지형의 변화가 세계 안보 차원에까지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출범을 한 달 앞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정책에 일정부분 변화가 예고되는 가운데 내년도 글로벌 외교.안보와 군사지형 변화의 결정적인 요소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추진될 정책과 전략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북러 전략적 동반자관계… 한반도 안보 불안 가중

22일 우리 군과 외교가 등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지난해 10월부터 최근 1년 동안 네차례에 걸친 양자회담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푸틴은 지난 5월 방중해 미국의 대러 제재의 부당성을 비판하면서 북한 제재 완화 및 해제, 당사국 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국제정치학 전문가인 주재우 경희대 교수는 "이는 북러 동맹조약 체결 이전의 일로 중국이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전환 동시 추진) 노선에서 1990년대 1차 북핵 위기 사태 때 주장한 '당사국 해결 원칙'으로 회귀한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의 입장의 본질적 변화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앞서 중·러는 지난 3월 각각 기권과 반대표를 행사함으로써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임기 연장을 무력화하면서 북한의 핵고도화 달성에 한층 유리한 조건이 조성됐다.

주 교수는 이런 중·러간 이해관계 일치로 미국의 현재권력인 바이든 정부와 미래권력인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북한 비핵화와 관련, '미국의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바이든 정부와 정책의 궤를 같이한다고 봤다.

주 교수는 다만 트럼프 2기 정부와 관련, "그러나 만약 전 세계 지역을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비핵화를 향한 중간 단계(interim-steps)도 고려할 용의가 있다는 입장 변화를 시사하기 시작했다"고 내다봤다.

특히 올해 6월 푸틴 대통령의 방북 때 '북러 포괄적 전략협력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10월 24일에 러시아 의회가 이를 비준하면서 러우전쟁의 장기화와 한반도 안보 지형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봤다.

■북·중·러와 이란 핵보유… 주변국 심각한 위협

미 국방부는 지난 18일 공개한 '2024 중국 군사·안보 보고서'에서 올해 중반 기준, 중국이 600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기준 중국의 작전용 핵탄두 보유 수를 약 200개로 추정하고 10년 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이를 뛰어넘어 최근 4년 새 3배 빠른 핵탄두 보유 증가 추이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30년까지 1000개의 작전용 핵탄두를 실전 배치하고, 2035년까지 핵 역량 계속 늘릴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 따르면 중국은 북부 사막지대 3곳에서 핵미사일 격납고 320개를 완성 중이며 핵탄두를 여러 개 장착, 미국을 사거리 안에 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5'를 위한 격납고도 확장 중이다. 또 중국이 '선제핵 공격 금지' 정책 유지하고 있지만 대만에 대해서는 핵무기 선제 사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재래식 군사 측면에서 대만에 패배하는 것이 중국 공산당 정권 생존 심각하게 위협한다면 중국은 아마도 핵의 선제적 사용 고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교 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 북한, 이란도 각각 세계 최대의 핵보유국, 사실상의 핵보유국, 그리고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주변국에 심각한 위협을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미 새 밀월 구축 통한 핵 군축 및 韓 패싱 우려

주 교수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경우 러우전쟁과 중동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장담해 왔고 취임 이후 4년 단임 기간 동안 그의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실현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려는 정황도 포착된다. 현재로선 정전협정의 타결이 용이해 보이지는 않지만 트럼프는 결의를 가지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주 교수는 짚었다.

특히 중동사태에 대해 트럼프 취임 직후 이란 제재의 복원 가능성과 이를 통한 헤즈볼라와 하마스의 '테러' 지원금을 차단하려는 전략을 구상해 실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 두 사태를 진정시키고 대(對)중국 외교적, 군사적, 경제적 노력을 집중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또 다른 국제외교 시각에선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무역장벽 강화를 포함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적극 공약하며 국제 경제 체제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킨 측면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자유민주주의의 후퇴(democratic backsliding) 현상이 관찰되고 있으며, 유럽에선 극우 세력이 급부상하고 있다"며 "이와 동시에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 등 권위주의 체제 국가들은 여전히 끈끈한 상호 협력을 강화하는 등 국제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자유무역 등의 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국제질서는 내부와 외부로부터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특히 트럼프가 공공연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케미를 강조하면서 북미대화에 나설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논의과정에서 '한국 패싱' 우려를 낳고 있다.

손 교수는 "내년에는 국제 질서와 정세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아 트럼프 당선인이 대북 제재 해제와 북핵 동결을 맞바꾸는 타협을 모색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는 사실상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것으로 한국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탄핵 정국으로 외교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 한국 정부의 소외 우려를 가중시키고 있는 만큼 조속한 시기에 트럼프 2기 정부와 협의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공약을 이끌어 내야 한다고 그는 제언했다.

■중동의 화약고 또 다른 불씨

이런 가운데 장기화되고 있는 중동사태는 국제안보를 더욱 위협하고 있다. 지난 10월 이란의 이스라엘 미사일 발사로 더욱 격화됐다. 그러다가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인지 13개월 만인 지난 11월 27일 60일의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란의 추가 공격 가능성과 하마스와의 지속된 전쟁 등으로 여전히 장기화 추세가 전망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새벽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군 항공기편으로 시리아를 가까스로 탈출하면서 시리아 아사드 정부가 무너졌다.

그러나 시리아가 자유민주주의 정상 국가가 될지에 대해선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란 관측이 나온다. 아사드 정부를 무너뜨린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이 시리아 전체를 모두 장악한 것도 아니며 이슬람 극단주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에 창설된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단체 HTS는 2018년에 알카에다 연계 조직으로 출발해 또 다른 불씨를 안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노골적으로 HTS 배우는 튀르키예라고 지적했다. 제이크 설리번 현 미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시리아에서 무장단체가 다시 득세할 가능성이 굉장히 커졌다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시리아 군의 무기고 등을 확보해서 HTS와 무장 세력들의 힘이 강화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행동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2025년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은

최근 북한이 한국의 대통령 탄핵 정국과 미국의 정권 교체가 겹친 연말 정세 속에서 도발적인 행동을 자제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탄도미사일 도발을 중단했고 오물·쓰레기 풍선 역시 지난달 28일 이후 살포하지 않고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북한 주민에게 알려지는 것에 대한 부담과 또 섣부른 개입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일부 정당성을 부여하는, 북한 입장에선 역효과를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재우 교수는 우리의 대응 전략에 대해 김정은과 시진핑, 푸틴과의 회담 추진 과정에서 '한국 패싱' '통미봉남'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중국이 2차전지 공장을 우리나라 4곳에 설립·운영 중이라며, 한국도 중국의 조세 우회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에 대해서도 대비책 수립 필요하다고 그는 밝혔다.

주 교수는 "우리도 중국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지만, 인태전략 등 미국의 모든 전략 구상이 중국을 겨냥하고 있어 중국 문제에 명확한 입장을 외교적으로 표명하면서 일본과 호주와 같이 미국의 첨단과학기술과 첨단 무기의 기술 이전 등을 확보하는 전략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행보는 러우전쟁과 중동사태의 해결 이후 가능할 것이기 때문에 동맹인 미국측과 북한 문제에 관한 심도 있는 협의와 함께 미국의 전략을 사전에 면밀히 진단해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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