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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물려주면 절반 떼가… ‘상속세 완화 무산’ 애타는 기업 [계엄이 집어삼킨 경제]

김준석 기자,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2 19:19

수정 2024.12.22 19:19

(6) 기업 활로 막는 무거운 세금
정부 상증세법 개정안 국회서 부결
높은 상속세에 기업 계속성 저해
이중과세·탈세우려 등 부작용 커
한덕수 권한대행 "개정안 재추진"
기업 물려주면 절반 떼가… ‘상속세 완화 무산’ 애타는 기업 [계엄이 집어삼킨 경제]
정치불안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다. 소비심리 급랭에 따른 매출 감소 우려는 크다. 여기에다 정치권 갈등이 첨예화되면 기업 관련법안 통과가 지연될 수도 있다. 포퓰리즘이 과도하게 가미된 법안으로 변경될 여지도 있다. 탄핵정국으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정치불안이 기업 활로를 막는 세제개편으로 이어질지 경제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끄는 정부가 '관리형' 체제의 한계로 현상유지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기업들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22일 경제계에 따르면 기업의 불안은 우원식 국회의장과 경제단체장 간담회에서 나타났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18일 열린 간담회에 참석, "기업에 부담이 되는 상법 개정과 법정정년 연장 같은 사안들은 좀 더 신중한 검토를 부탁드린다"고 건의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경제의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라고 했다.

기업 활로를 막는 세제는 정치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정부가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 중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이다.

정부 상증세법 개정안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국내 기업의 가업상속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이를 완화하겠다는 게 핵심이었다. 과세표준 30억원 초과 때 적용하던 최고세율 50%를 삭제해 10억원 초과 시 40% 세율을 일괄 적용하도록 한다. 매출액 5000억원 이상 중견기업도 주주환원 및 투자 등 우수기업 요건에 해당하면 가업상속공제를 부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의 상증세법 개정 의지는 강했지만 사상 초유의 감액예산, 비상계엄에 따른 혼란이 이어지면서 제대로 협상도 못해 보고 폐기됐다.

그동안 경제계에서는 국회와 정부가 25년 만에 상속세 완화를 내세운 세법개정안 논의에 나선 것을 반기면서 기대감도 상당했다. 현행 상속세율이 과도해 기업 계속성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상속세 개편이 필요한 5가지 이유'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계속성 저해, 경제역동성 저해,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 이중과세 소지, 탈세유인 등이 상속세 인상의 부작용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상속세 개편 이유로 최대주주에 대한 과도한 상속세(60%)로 기업승계 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져 기업의 계속성을 저해한다고 봤다. 국내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지만 상속재산이 주식인 경우 '최대주주 20% 할증평가'가 적용돼 실제 상속세율은 60%다.

과중한 상속세로 기업투자가 약화되고 주가부양이 제약을 받는다는 주장도 내놨다. 또 우리나라 상속세가 전 세계 추세와 괴리가 크고 납세자가 부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요 7개국(G7)은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최고세율을 인하해 왔다.

이중과세 문제도 제기했다. 현행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생애소득에 대해 최대 49.5%의 소득세(지방세 포함)를 차감하고 남은 재산에 대해 재차 과세한다는 점에서 이중과세 소지가 있기 때문에 많은 조세저항을 받고 있다. 아울러 정상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속세가 절세를 넘어 탈세를 야기한다고도 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도 경제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주 충실의무를 상법에 반영하게 되면 사업리스크 증가로 경영활동 위축, 기업가정신 후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는 상법 개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반주주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지배구조 개선 의지는 확고하다"며 "다만 상법은 법체계상 문제라든지,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라든지 많은 논란이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본시장법 개정보다 상법 개정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지난 19일 국회에서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정부는 상증세법 개정안의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제10회 중견기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 "(상증세법 개정안은) 국회와 협의를 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다시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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