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시선] 예산 부족한데 'AI G3' 어떻게 가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2 19:34

수정 2024.12.22 20:37

김성환 정보미디어부장
김성환 정보미디어부장
국가 인공지능(AI)정책 시행의 바탕이 되는 AI기본법이 진통 끝에 지난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30일 본회의 문턱을 넘는 일만 남았다. 탄핵정국으로 정·재계가 어수선한 마당에 AI기본법 통과는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법 세팅은 시작에 불과하고, 이를 제대로 실행할 물리적 환경이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AI기본법의 정식 명칭은 '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 법안'이다. 여야에서 총 19개의 법안이 발의된 끝에 이를 조율한 정부의 대안이 최종안으로 굳어졌다. 법안은 크게 4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AI와 사업자 등에 대한 정의, 주무부처의 역할, 국가AI위원회 설립, 고영향AI 조치방안 등이다. 기본법은 우선 정부가 AI와 고영향AI, 생성형AI, AI윤리, AI사업자 등을 정의토록 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역할도 상세히 서술했다. 과기정통부는 3년마다 AI기본 계획을 수립해 시행토록 하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정책방향·인력양성·신뢰 기반 조성 등의 3가지 틀이 들어가 있다. AI기술 표준화 역시 과기정통부의 몫이다. 세번째로 각 분야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조직 설립에 대한 근거도 명시했다. 정부가 대통령 소속의 국가AI위원회, AI안전연구소 등을 설립하도록 하고 있다. 최근 설립한 국가AI위원회와 AI안전연구소는 이 법을 근거로 법정기구가 되고 5년간 존속된다. 네번째는 고영향AI 규제방안이다. AI사업자는 고영향AI를 이용한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안전성·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고영향AI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 안전 및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이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AI시스템'이라고 정의돼 있다. 논란이 있어 향후 시행령을 통해 추가 정의가 필요하다.

법의 뼈대는 만들어졌지만 설 수 있는 지반이 약하다. 우선 위원회 주요 인원들이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서 위원장인 현직 대통령이 공석 상태이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물러나면서 AI위원회의 당연직 위원이 빠진 상태가 됐다. 더 중요한 것은 예산이다. 지난 9월경 설립된 국가AI위원회는 격주에 한 번씩 모여 정책 논의를 하고 있지만 내년 운영 예산조차 받지 못한 상황이다. 부처별 예산안을 제출한 이후에 국가AI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엔 정식 법률기구가 아니었던 탓에 예산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후에 예산을 조율할 시간이 있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기존 예산도 감액 가결하는 바람에 국가AI위원회의 추가 예산을 만들어낼 틈이 없었다.

하드웨어 확보 역시 예산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다. 내년도 AI 연구개발(R&D) 예산안에서 3217억원 증액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 예산은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와 데이터센터 설립이 주된 용도다. 막대한 연산력을 필요로 하는 AI 서비스는 GPU 확보가 필수적이다. 국내 첨단 GPU 보유량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각각 15만장 이상의 GPU를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겨우 2000장 수준이라고 한다.

AI산업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핵개발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맨해튼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승기를 잡은 바 있다. 당시 들어간 예산은 현재 기준으로는 약 39조원이다. 당장의 국가 경제상황만 감안했다면 감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국가AI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AI 주요 3개국(G3) 도약'을 강조한 바 있다.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확보한 미국, 정부 주도형으로 움직이는 중국에 이어 한국을 3위 자리에 올리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주요 예산조차 제때 할당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포부가 무색해 보인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면 예산 확보를 위한 정부와 여야 간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ksh@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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