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뉴스1) 서미선 기자 = 정용진 신세계(004170)그룹 회장이 미국 대선 이후 한국 기업인 중 최초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과 대면하면서 향후 민간 가교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성향상 전통적인 외교 문법에 얽매이기보다 기업인들과 접촉을 선호하는 만큼 전반적인 국내 기업 상황이나 정 회장의 사업 분야 등에 관심을 드러냈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신세계 측은 정 회장과 트럼프 당선인 간 한국의 현 상황과 관련한 얘기는 없었다면서 확대 해석엔 선을 그었다.
앞서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 초청으로 16일부터 5박 6일간 트럼프 당선인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방문했다. 트럼프가 11월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뒤 한국 쪽 기업인을 만난 건 정 회장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22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로 입국한 뒤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당선인과 10~15분 정도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구체적 내용은 말씀드릴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민간 가교 역할을 계획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사업하는 입장에서 제가 맡은 위치에서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다"고만 했다. 트럼프 당선이 한국 기업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도 "말씀드릴 처지가 아니다"고 했다.
기업인 입장에서 트럼프 당선인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의 개인적 친분으로 이번 방미가 이뤄졌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리더십 공백' 상황에 몸을 낮추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 주니어와 정 회장의 친분이 깊은 데다 미국 대선 뒤 트럼프 당선인을 직접 만난 기업인은 정 회장이 처음이라 눈길이 쏠린다.
트럼프 주니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 합류하진 않으면서도 인선이나 정책에서 '막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대선 기간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고 부르며 주한미군 주둔비를 연 100억 달러(14조 원)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대미무역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 트럼프 2기 출범 뒤 한국산 제품에 10% 이상 관세를 물릴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에 정 회장이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나 트럼프 주니어와의 대화 내용을 통해 향후 한미 관계나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정 회장은 방미 중 트럼프 주니어를 통해 "많은 사람과 교류하면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가 만난 인사 중에서는 트럼프 당선인 주변인들도 있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 측에서) 한국 상황에 관심을 표했다"며 "믿고 기다려주면 (한국은) 빨리 정상으로 찾아올 거다, 그 얘기까지만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식 초청 여부엔 "특별하게 연락받은 바 없고, 정부 사절단이 꾸려지는 대로 참여 요청이 오면 기꺼이 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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