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전부터 주요 국가를 겨냥한 외교 정책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 당선 후에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겨냥했고 최근에는 파나마를 직접 거론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미국의 이익 앞에서는 동맹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취임 전부터 보여주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의 연방 관보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지난 19일 공지를 통해 미국·캐나다를 제외한 의류 완제품 138종에 대해 3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원단 17종에 대해서도 15%의 관세를 매기고 멕시코 내 수출 기업이 생산 목적으로 수입하는 원자재 및 부품의 세제 혜택 범위도 축소하기로 했다.
현지 매체들은 비록 멕시코 정부의 직접 언급이 없었지만, 이번 조치의 표적이 중국이라고 분석했다. 멕시코 경제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멕시코에 46억달러(약 6조6000억원) 규모의 섬유 상품을 수출했다.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으로 미주 이웃들과 자유무역협정을 맺고 있는 멕시코는 2026년 USMCA 재협상 기한을 앞두고 트럼프의 위협에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달 25일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멕시코와 캐나다 국경으로 중국산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을 비롯해 불법 약물이 유입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양국이 이를 막지 않으면 25%의 보복관세를 물린다고 예고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달 3일 미국 국경 지대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펜타닐을 압수하고 전국적으로 미국으로 향하던 불법 이민자 약 52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도 재빨리 움직였다. 그는 지난달 29일 트럼프의 자택에 직접 찾아가 국경 문제를 논의했다. 캐나다 정부는 이달 17일 발표에서 국경 보안을 개선하기 위해 6년 동안 13억캐나다달러(약 1조3104억원)를 더 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트럼프는 지난 21일 미국의 무역을 통제하는 파나마 운하의 소유권을 가져가겠다며 전통적으로 친미 노선이었던 파나마 정부를 놀라게 했다. 그는 파나마 정부가 운하 이용료를 너무 비싸게 받는다고 불평하면서 운하가 "잘못된 손"에 떨어지게 두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트럼프가 파나마 등 최근 중남미에 영향력을 키우는 중국을 의식해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분석했다. 파나마 정부 및 야권은 트럼프의 주장에 즉각 반발했다.
북중미와 남미 사이에서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82km 길이의 파나마 운하는 미국의 주도로 1914년에 완공되었다. 미국은 이후 85년 동안 운하를 관리했으나 1999년 파나마 정부에 소유권을 넘겼다. 연간 최대 1만4000척의 선박이 통과할 수 있는 파나마 운하는 전 세계 해상 무역의 3~4%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올해 9월 사이 해당 운하를 가장 많이 이용한 국가는 미국이었으며 2위는 중국이었다. 일본(3위)과 한국(4위)도 운하의 핵심 고객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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