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2등 못벗어나" 위기감
미래 먹거리 HBM·D램·3나노
우수인력 뽑아 별도조직 운영
기존 공정별 조직 대신 승부수
미래 먹거리 HBM·D램·3나노
우수인력 뽑아 별도조직 운영
기존 공정별 조직 대신 승부수
삼성전자 DS부문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D램 △선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등에 개발부터 양산 전 단계까지 책임지는 제품별 일원화 체제를 구축하며 '초격차' 자존심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지난 19일 DS부문은 글로벌 전략회의를 통해 '메모리 1위'마저 흔들리는 '골든타임'을 앞두고 뼈를 깎는 쇄신과 혁신으로 위기 돌파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원팀으로 위기 넘는다"
2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부문은 하반기부터 6세대 HBM인 HBM4 제품을 겨냥한 'HBM4원팀', 차세대 D램인 10나노미터급 6세대(D1C) D램 제품 기술 개발과 품질 제고 등을 위한 'D1C원팀',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먼저 도입했지만 TSMC에 열세를 보이는 3나노미터 제품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3나노원팀' 등을 운영 중이다. 실적 악화에 고심 중인 삼성전자 DS부문의 미래를 결정할 주요 제품들에서 경쟁사 대비 열세를 보이자, 각 조직에서 인원들을 차출해 '원팀' 조직을 꾸리면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위 고과 등의 혜택을 내세우면서 각 조직의 우수 자원들을 발탁해 회사의 명운이 달린 제품들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안다"면서 "앞서 전영현 부회장이 DS부문장으로 취임하며 연구·개발(R&D)부터 양산까지 일원화된 구조를 강조한 바 있어 향후 기존 공정별 조직에서 제품별 조직으로의 '원팀'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원팀'은 정식 조직은 아니며 이전에도 제품별로 있었던 조직"이라고 답했다. 실제 △HBM4 △D1C D램 △3나노 모두 삼성전자의 미래가 달린 제품으로 꼽힌다.
이전 세대 제품인 HBM3E 공정보다 입출력 단자(I/O)가 2배 많은 2048개로 확대되는 HBM4는 이전 공정 대비 난도가 대폭 올라가면서 HBM 업계 판도를 바꿀 변곡점이 될 제품으로 꼽힌다.
종합반도체기업(IDM)으로서의 강점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삼성이 HBM4에 승부수를 건 이유다. HBM3E까지는 메모리 기업이 로직 다이를 제조했지만, HBM4부터는 각각의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맞춤형'으로 넣어야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 공정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HBM의 로직 다이는 D램을 쌓아 만드는 HBM의 가장 밑단에 배치되는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2026년 엔비디아가 출시할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HBM4를 선제적으로 공급해 HBM 업계의 판도를 뒤집겠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D램의 경우, 만년 2위인 SK하이닉스에게 첫 주도권을 빼앗긴 D1C의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차세대 D램은 HBM의 기반으로 차세대 D램의 수율(양품 비율)이 HBM의 품질을 결정한다. 업계에 따르면 10나노급 D램 4세대(D1A)부터 5세대(D1B)까지 스텝이 꼬이며 저조한 수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파운드리사업부는 TSMC의 독주를 막기 위해서는 3나노에서부터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미국 빅테크 고객 확보를 위해 3나노원팀을 구성했다.
■ "이제 밀리면 '만년 2등'" 불안감
DS부문의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이들 제품의 기술 개발 현황과 품질을 전영현 DS부문장의 주재 하에 면밀히 들여다 본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DS부문 직원 A씨는 "해당 제품들은 DS부문 모든 직원들이 관심을 갖는 제품"이라면서 "경쟁사 대비 개발이 늦은 것은 물론 품질 문제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만년 2등이 되는 게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 DS부문은 이번 인사에서 소재·부품 ·분석기술·계측(MI) 기술 연구 부서를 통폐합한 조직인 소재부품센터(CTC)와 설비연구소를 글로벌&인프라총괄로 흡수·통합했다. 인프라와 안전·보건·환경 등을 책임지는 글로벌&인프라총괄에 소재부품과 설비 관련 기능이 합쳐지면서 공정 효율화와 시너지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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