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부처 취재를 해왔고, 기다리던 정책들도 있었기에 허무함이 몰려왔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수행 의지가 꺾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럴 수밖에 없을 거다. 어차피 새 정부가 들어서면 손바닥 뒤집듯 정책들이 대거 리셋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앞날을 알 수 없는 정책들 중에서도 '인구부처 설립'이 가장 아쉽다. 정부는 물론 여야가 모두 인구부처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러나 국회에서 표류 중인 정부조직법 개편안,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등은 언제 통과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탄핵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인구부 설립 자체가 아예 없던 일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은 내년 만 65세 이상 인구가 20% 이상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반등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여전히 전 세계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구조의 변화, 또 이로 인해 급변할 사회 변화는 눈앞에 놓인 현실이다. 인구 문제만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야정 협치로 체계적으로 대비하길 바란다. 고령사회 대비는 저출산 문제처럼 실각해선 안 된다.
연금개혁도 이번엔 이뤄지나 했다. 정부는 21년 만에 단일 개혁안을 제시하며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비상계엄과 탄핵 등이 국회를 마비시키면서 연금개혁 논의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연금개혁은 본래 인기가 없는 정책이다. 이번에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면 언제 다시 논의가 시작될지 모른다. 문제는 후세대 부담이다. 정부는 연금개혁이 하루 지연될 때마다 885억원, 매달 약 2조7000억원의 적자가 쌓일 것으로 추산한다.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하는 빚이다.
한국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정책들이 탄핵정국과 정치적 혼란 속에서 큰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현실이 매우 아쉽고 우려스럽다. 특히 인구부처 설립과 연금개혁은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핵심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야정 협치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들이 단기적인 정치적 갈등에 의해 좌초되지 않도록 각 정파가 협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중대한 결단과 실천은 이제 정치적 안정과 협력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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