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북한이 경의선 일대 송전탑을 철거하는 영상이 공개된 건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통일부에 따르면 3일 오전 10시에 열린 국무회의 직전 티타임에서 김 장관은 송전탑 철거 관련 영상을 통일부에서 공개해 줄 것을 김영호 통일부 장관에게 요청했다.
통일부는 우리 군 감시 장비로 촬영한 북한의 송전탑 철거 관련 영상을 지난달 26일에 이어 이달 3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이달 3일 공개된 지난달 30일 촬영 영상에는 군사분계선(MDL) 이북 개성공단에 있는 송전탑들이 붕괴되는 장면이 담겼다. 철거 과정에서 북한 사람이 송전탑에서 추락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달 24일부터 과거 남한이 개성공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건설해 준 경의선 일대 송전탑의 일부 송전선을 제거해 왔다. 이 때문에 지지기반이 약해져 송전탑이 붕괴된 것으로 분석됐다.
군의 감시 자산으로 촬영한 영상을 국방부가 아닌 통일부가 공개한 데 대해 의문이 제기되자, 통일부 관계자는 당시 "부처 간 협의에 따라 남북경협에 해당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통일부가 영상을 공개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간 통일부는 군이나 정보 당국이 파악한 대북 정보에 대해 "정보원 노출 우려가 있고, 직접 획득·생산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 줄 수 없다"라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이번 영상 공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김 장관이 북풍을 통해 계엄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 영상이 공개된 날 밤 10시 17분쯤 국무회의를 긴급 소집한 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다만, 통일부는 "송전탑은 남북경협 관련 사안이며 인권침해 문제도 있었던 만큼 국방부 요청을 수용하게 된 것"이라며 "다른 사안에 대해서는 일체 고려한 바 없다"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