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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노조 파업 예고에 사측 "연차 사용 자제" [치닫는 은행권 노사갈등]

박문수 기자,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6 05:00

수정 2024.12.26 05:00

농협은행도 총파업 결의
산은·한은 각각 연대 선언
역대급 실적 '성과급' 이견
"NH 사측, 지난해 수준의 성과급"
노조, 강호동 회장 비리 제보받아
지난 1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총파업을 앞두고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제공
지난 17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가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앞에서 총파업을 앞두고 결의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제공

[파이낸셜뉴스] 가계와 기업의 '빚'이 모두 늘어나고 고금리까지 이어지면서 역대급 실적을 낸 은행들과 노동조합의 '성과급'을 둘러싼 분규가 최고조를 향해가고 있다.

은행들이 '이자장사' 비난을 이유로 성과급 수준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정하겠다고 하자, 노조에서는 파업 결의는 물론 회장의 비리 제보에 2000만원 상금을 내걸고 응수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노조가 연말 파업을 결정하자 사측은 사내 인트라넷에 '파업 당일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 자제 요청'을 공지하면서 갈등의 골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다.

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 노동조합은 오는 27일 총파업해 모든 지점의 영업 활동을 전면 중단시키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업은행의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지분율 59.5%)와 기업은행 사측이 노조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추가적 파업도 추진한다는 강행 태도다.


앞서 전국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지난 24일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서 총파업 관련 기자간담회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형선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모든 점포가 마비되는 총파업이 될 것"이라며 "은행과 정부가 우리 공공노동자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2·3차 총파업을 통해 은행업무를 모두 마비되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은 노조는 이번 총파업에 팀장급 이상 직원을 제외한 노조 가입자 전원에 가까운 8000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가 파업하는 명분은 '차별·체불임금 해결' 요구다. 노조는 회사가 공공기관이라는 이유로 동일 노동을 하는 시중은행 대비 임금 약 30% 적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특히 정부의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1인당 600만원 수준의 시간외 근무수당도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말 기준 기업은행의 1인 평균 급여액은 8500만원이다.

노조는 "기업은행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갱신하고 있다. 지난 3년간 기재부가 1조1000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가져갔지만, 직원들에게 지급된 특별성과급은 0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사측은 지난주 사내 인트라넷에 '총파업 당일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한 비조합원의 연차 사용 자제 요청'을 공지했다. 노사 간의 대화를 통한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팀장 1년차 이상의 비조합원의 근무로 영업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조합원의 압도적 참여,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대위, 한국노총, 금융노조 등 연대체의 압도적 지지를 통해 총파업을 성공시키겠다"며 "요구안에 불응하면 2·3차 총파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NH농협중앙회 노조도 농협중앙회와의 임금단체협상 교섭 결렬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임금 등에 대한 교섭을 촉구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1987년 노조 출범 이후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노조는 26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NH노조 관계자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금융지주가 성과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다른 시중은행 대비 성과급 규모 등을 이유로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지주와 금융 계열사에 전년 수준의 성과급을 통보한 상태다. 농협금융의 3·4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2조3151억원에 달해 전년동기 대비 13.2%(2701억원)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수준의 성과급 통보에 노조는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NH노조는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과 관련된 각종 비리 혐의 대한 제보를 받겠다며 포상금 2000만원을 걸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은행 노조는 각각 NH노조와 기업은행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자장사라는 비난 속 성과급 규모를 줄일 수 밖에 없다는 사측의 '변명'에 은행별 투쟁이 은행권 전체 연대 투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은행권은 '이자장사 속 억대 성과급' 비판 여론에 몰려 성과급 규모를 기존 300~400%에서 200~300%로 조정한 바 있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 은행의 임단협도 진행되고 있다.
은행권 노사간 교섭이 줄파행을 잇는 이유는 은행권이 지난해 성과급을 삭감한 데 이어 올해도 성과급 규모를 줄였기 때문이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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