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대구시가 동대구역에 설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지키기 위해 공무원들을 '불침번' 세우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대구 새공무원노조에 따르면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 동상 제막식을 개최한 지난 23일부터 동상 감시를 위해 불침번 근무를 편성했다.
근무는 오는 1월 3일까지 매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다. 시청 행정국 직원 3명이 한조를 이뤄 동상 근처 차량 내에서 감시하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새공무원노조는 "대구시는 시민 대부분이 시대착오적인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반대해왔는데도 불구하고 23일 박정희 동상 제막식을 강행했다"며 "이마저도 부족했는지, 이 동상을 지키려고 행정국 직원을 동원해 야간에 불침번 보초를 세운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가 계획했는지 모르겠지만 크리스마스이브 선물 고맙다"며 "연말연시 가족과 행복하게 보내야 할 시간에 동상 하나 지키려고 불침번 근무 계획을 세운 대구시는 각성하고 근무 계획을 즉시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대구시는 지난 23일 3m 높이의 활짝 웃고 있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세웠다. 대구시는 이 동상을 만드는데 예산 약 6억원을 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동상 근처에 폐쇄회로(CC)TV도 4대 설치했다. 동상 제막식 하루 전날인 22일 일부 반대 단체 등이 바닥과 벽 등에 '동상 철거' '독재자' '우두머리' 같은 낙서를 하다 시 공무원 및 경찰과 마찰을 빚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요 공공시설물인 동상을 안전하게 방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동상 훼손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초기에는 계도활동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동상 제막식에서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는 언제나 공과가 있다. 공이 있다면 그 공도 기려야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국이 어수선하다 보니까 저 사람들이 또 기승을 부리는 거다"며 "신경 쓸 거 없다. 저래 해본들 아무 소용없다. 시민들은 70% 이상 찬성한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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