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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의 안보 단상 : 정글을 넘어 혼돈으로 [fn기고]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7 06:00

수정 2024.12.27 06:00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2024년은 안보 리스크가 전 세계로 확장된 ‘안보 허리케인’의 해   -북한 2024년 한 해는 전쟁 준비에 고강도로 박차를 가한 한 해   -북 전쟁준비 책상 차원 넘어 유라시아 전선서 실전능력 배양 중   -웃어넘길 수 없는 엄중한 상황, 전 세계...전쟁서 자유로운 곳 없어   -2024년은 실효성 높은 안보정책 구사 쉽지 않은 '혼돈' 상황 직면   -한국, 국가안보 위해 한반도만 바라볼 수 없는 현실도 받아들여야    -목전의 2025년, 요동치는 국제정치, 도전받는 국내정치 환경 겹쳐   -2025년은 트럼프 ‘변수’가 트럼프 ‘정책’으로 바뀌는 한 해가 될 것   -이상적 기대는 안보 달성을 위한 치열한 방안 마련에 도움 되지 않아   -대외·안보정책 설계의 핵심 철학으로 선진강국형 사고 지속 가동돼야  -한미동맹 유지, 인-태 역할 제고, 포용외교 등 견인해 안보·국익 지켜내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안보 기제가 더욱 예측불가능해지고 나아가 안보 리스크가 전 세계로 확장되었다는 점에서 2024년은 ‘안보 허리케인’의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여러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동 리스크로 확전되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종전은커녕 북한군마저 투입되면서 더 치열해졌다. 인도-태평양지역은 ‘열전(hot war)’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화약고의 심지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점증한 한 해였다. 북한은 2024년 한 해 전쟁 준비에 고강도로 박차를 가한 한 해였다. 특히 전쟁계획이라는 책상 차원의 전쟁준비는 마치고 이제는 현장적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라시아 전선에 병력을 투입해 실전능력까지 키우고 있다.
따라서 북한군의 유라시아 전선 투입은 한반도 전쟁 가능성을 높이는 기제라는 점에서 한국에게도 직접적인 안보도전 요인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지정학적 융합이라는 현실적 도전에 주목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국제정치에 전쟁의 시대가 도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웃어넘길 수 없을 정도로 엄중한 상황으로 가득했다. 이런 점에서 전 세계 어디든 전쟁에서 자유로운 곳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2024년 안보의 도드라진 특징이다.

전 세계 안보 리스크 폭증, 지정학적 융합 기제 본격화 등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안보환경이 복잡해졌다. 따라서 그 퍼즐 풀이도 난해해지면서 2024년에는 실효성 높은 안보정책 구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 직면했었다. 그리고 2025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이러한 복잡한 안보정책의 공식에 또 다른 도전적 성격의 변수가 추가될 예정이다. 나아가 국가안보가 지역안보, 국제안보과 별개의 것으로 치부할 수 없는 환경속에서 한국이 국가안보를 위해서 한반도만 바라볼 수 없는 현실도 받아들여야 하는 것도 과제다. 요동치는 국제정치와 도전받는 국내정치의 환경이 겹치면서 고난이도 안보 방정식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하는 2025년을 목전에 두고 있다.

문제는 국제안보 기제가 과거의 공식으로는 쉽게 풀어낼 수 없는 환경에 있다는 점이다. 현실주의 국제정치는 세상을 ‘정글’로 규정한다. 국제무대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가동된다며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런 이유로 현실주의 국제정치는 힘의 작동이 주도하는 질서에 기반하고 있다. 반면 자유주의 국제정치는 국제환경을 ‘정원’으로 본다. 그러면서 사람의 노력과 규칙을 작동으로 ‘정글’을 ‘정원’으로 바꿀 수 있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2024년 국제안보환경은 엄밀히 말해 ‘정글’이 아니었고 ‘정원’과 더욱 거리가 멀었다. 2024년에는 러시아의 불법침략이 단순히 지속되는 것을 넘어 침략군 러시아를 돕기 위해 지정학적으로 괴리된 북한이 파병군을 보냈는데 이러한 불법행위가 보란 듯이 이루어지는 것은 규칙기반질서가 약화되는 현 국제적 환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정원’ 작동과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국제적 환경을 과거처럼 단순 ‘정글’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은 ‘정글’은 무질서가 아니라고 강변한다. 국제정치에 중앙권위체가 부재한 애너키(anarchy) 상황은 무질서가 아니라 그 자체로 나름의 질서라고 주장하는데 2024년은 ‘질서 잡힌 정글’이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잃어가는 정글’이었다는 점에서 ‘정글’보다는 ‘혼돈’에 가까웠다.

2025년은 트럼프 ‘변수’가 트럼프 ‘정책’으로 바뀌는 한 해가 될 것이다. MAGA 기조에 기반한 이러한 전환이 ‘혼돈’을 ‘정글’로 돌려놓을지 아니면 ‘혼돈’을 가속화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안보환경의 고차원화, 안보 리스크의 확장이라는 국제적 기제는 2025년에는 전격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라는 이상적 기대는 안보 달성을 위한 치열한 방안 마련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보환경을 정확히 직시해야 제대로 된 안보정책도 마련할 수 있다.
2024년에 다양한 국내·외 도전이 있었지만, 한국은 이제 선진강국이라는 국가의 성적표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선진강국형 사고가 2025년 대외정책과 안보정책 설계의 핵심 철학으로 지속 가동되어야 함을 주지해야 한다.
선진강국이라는 한국의 자산은 한미동맹 결속력 유지, 인도-태평양 역할 제고, 비유사입장국과의 포용외교 등 다양한 외교안보정책에 긍정적 결과를 견인하는 공식이라는 점을 주지하여 ‘혼돈’의 국제정치에서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야 할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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