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징역 9년…대법서 파기환송
"'불가벌적 사후행위'는 별도로 처벌 안 돼"
"'불가벌적 사후행위'는 별도로 처벌 안 돼"
[파이낸셜뉴스] 신화 이민우에게 접근해 26억원을 가로챈 지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2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일부 혐의를 처벌할 수 없다고 본 것으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선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방송 작가였던 A씨는 지난 2019년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던 이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약 26억원과 명품 218점을 가로챈 혐의 등을 받는다. 당시 이씨는 서울 강남구의 한 술집에서 여성 2명을 추행한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평소 이씨와 친분이 있던 A씨는 "검찰 내부에 인맥이 있으니 무혐의 처분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사건 관련 청탁·알선을 명목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검사들과 친분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검찰에서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자, A씨는 "검사들이 처분을 번복하려고 한다"며 추가로 금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이씨는 A씨를 고소했고, 그는 특가법상 사기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평생 모아 온 재산을 잃고 경제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으며,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며, 현재까지 피해금액이 피해자에게 전혀 반환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대해선 처벌할 수 없다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불가벌적 사후행위란 주된 범죄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면 사후행위는 별개의 범죄를 구성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예컨대 타인의 물건을 훔친 경우 절도죄가 성립하지만, 물건의 지배권을 갖게 된 만큼 해당 물건을 손괴해도 재물손괴죄를 적용할 수 없다.
대법원은 A씨가 이씨를 기망해 금품을 편취한 행위에 대해 특가법상 사기·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한 만큼, 이미 취득한 금액 일부를 피해자의 다른 계좌들을 거쳐 이체한 것에 대해서는 별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해자에 대한 법익 침해의 증가나 새로운 법익 침해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이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특가법상 사기죄나 변호사법 위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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