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퍼펙트스톰' 고환율·고금리·내수침체·정치불확실성...韓경제 어디로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28 06:03

수정 2024.12.28 16:56

[그래픽] 원/달러 환율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대통령부터 국무총리까지 초유의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 우려에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 중 20원 넘게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을 기록했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그래픽] 원/달러 환율 추이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대통령부터 국무총리까지 초유의 탄핵 정국이 이어지면서 국내 정국 불안 장기화 우려에 27일 원/달러 환율은 장 중 20원 넘게 치솟으며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섰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을 기록했다. minfo@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파이낸셜뉴스] 고환율, 고금리, 수출둔화, 내수침체에 정치 불확실성까지 더해 한국경제에 대한 위기감이 치솟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기업 경영환경은 악화했다고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퍼펙트스톰(다발적 악재에 따른 경제적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도는 이유다.

■소비심리지수, 기업 체감지수 악화...GDP 역성장 우려
28일 금융투자업계와 iM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 기업들의 체감지수 악화로 올해 4·4분기 혹은 내년 1·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의 역성장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대비 12.3p 급락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 하락폭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였던 지난 2020년 3월 -18.3p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이다.

수출 경기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내년 1·4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가 96.1로 올해 4·4분기에 비해 7.3p 하락했다. EBSI가 100선을 하회한 것은 올해 1·4분기(97.2) 이후 4분기만이다. 시장에선 계엄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와 이에 따른 '연말 특수' 소멸, 원/달러 환율 급등세, 중국발 제조업 경기 악화, 1월 취임할 트럼프 정책 리스크 등이 소비 및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곤두박질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국내 수출을 견인했던 반도체 수출전망이 악화되었다는 점"이라면서 "내년 1분기 반도체업종의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는 64.4로 24년 4분기 135.2 대비 급락했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들면서 반도체 수출경기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부연했다. 반도체 업종뿐만 아니라 가전, 전기 및 전자제품 등 IT 전반 수출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박 연구원은 "언제쯤 개선될지 모르는 체감경기 악화 속에 수출 경기마저 반도체 수출을 중심으로 둔화된다면 내년 1·4분기 국내 GDP 성장률의 하방 리스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GDP 성장률을 1.7%로 전망했지만, 해당 수치보다 성장률 수준은 더욱 낮아질 리스크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달러-원 환율 부담 커지나...1500원대 오버슈팅 가능성
이러한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는 결국 원/달러 환율에도 부담을 줄 것이란 게 금투업계의 판단이다. 이미 달러 강세는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이 이날 1470원까지 상승했다. 트럼프 당선 이후 중국을 포함한 국내에 대한 성장 전망 하락 가능성 등이 원화의 지속적인 약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진 결과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달러의 상방은 정치적 이벤트의 전개에 달렸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내년 미국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 트럼프 정권 출범 이후 미국 정책 불확실성 등이 부각시 원/달러 환율은 1500원대 초반까지도 오버슈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원/달러 레벨이 1997년 IMF, 2008년~2009년 리먼사태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저항선을 뚫고 1500원대로 치달을 경우 외환당국이 방어를 하는 과정에 외환보유액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론도 제기된다.

이유정 하나은행 연구원은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면 소비가 더 위축될 수 있다"며 "수출 업체는 고환율이 채산성에 긍정적일 수 있지만, 수입 업체의 비용 상승을 유발해 긍정적인 효과는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되면, 경제 하방 압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53억9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원/달러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해 1500원을 넘나들 경우 당국이 외환보유고를 헐어 시장 개입에 나서면서 그 규모가 금세 4000억달러 아래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당국은 지난 19일 국민연금과 외환스와프 거래 한도를 650억 달러로 늘렸고, 이튿날 외화 대출 규제 완화 등 수급 개선책도 내놨다.

한국은행은 14조 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증권을 매입하며 27일 현재까지 33조 6000억 원의 단기유동성을 공급했고 추가 투입 가능성도 열어놨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와프 거래 등으로 '컨틴전시 플랜'(상황별 대응 계획)을 가동할 예정이지만, 단기 처방으로 환율 방어가 가능할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국민의힘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권영세 의원은 26일 야당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과 관련해 "제2의 외환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탄핵이) 구체화된다면 (원달러 환율이) 거의 1500원도 넘을 것"이라며 "우리 경제에 큰 위기가 닥칠 거고, 대한민국의 신인도도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제2의 외환 위기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며 "오히려 (외환 위기가) 올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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