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무안공항에서 추락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놓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활주로 쪽으로 강하하던 여객기가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를 뿜으며 활주로 끝 외벽에 충돌해서다. 랜딩기어 이상으로 바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착륙을 시도했지만, 속도를 제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가 난 보잉 737-800은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주력으로 사용 중인 기종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국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여객기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들을 보면 활주로에 접근하던 항공기는 오른쪽 엔진에서 폭발과 함께 연기가 뿜어져 나온 상태였다.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이상이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여객기는 1차 착륙을 시도하다 실패한 뒤 복행했고, 이후 바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일반적인 동체착륙은 항공기 머리가 활주로에 닿으며 속도가 감소하지만, 이번 사고기는 머리가 들린 채로 활주로를 질주했다.
정원경 초당대 비행교육원장은 "동체착륙 당시 속도가 활주로 끝까지 그대로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며 "속도를 줄이지 못하면서 외벽 충돌은 불가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2800m로 인천(3700m), 김포(3600m), 광주(3000m) 등 다른 공항보다 짧다. 국토교통부는 "보잉 737급 항공기 이착륙에는 무리가 없다"며 "활주로 길이가 사고 원인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상상황에서의 여유 공간이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무안공항은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활주로를 300m 늘리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활주로 길이와 사고가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연장 사업이 좀 더 일찍 이뤄졌더라면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7C2216편이 운용한 보잉 737-800은 1997년 출시된 중·단거리용 항공기다. 현재까지 5000대가 넘게 판매돼 보잉사 737 시리즈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항공기술정보시스템(ATIS) 자료를 보면 국내에서는 제주항공 39대, 티웨이항공 27대, 진에어 19대, 이스타항공 10대, 에어인천 4대, 대한항공 2대 등 총 101대가 운항 중이다.
보잉 737-800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기종인 만큼 사고도 잇따랐다. 2022년 3월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에서 추락한 중국 동방항공 MU5735편이 대표적이다. 당시 사고로 승객 123명과 승무원 9명이 전원 사망했으나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동체 균열 문제도 제기됐다. 2019년 10월 미 연방항공청(FAA)은 보잉 737 NG 계열 항공기 동체 구조부에 균열이 확인됐다며 감항성 개선을 지시했다. 국내에서도 국토교통부가 보잉 737 NG 계열 항공기 점검을 지시해 총 9대에서 균열이 발견돼 비행을 중지한 바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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