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1억 차익 100% 보장, 90% 대출 권유
[파이낸셜뉴스] "대출 원금은 빚이 아니에요. 다음 매수자가 갚아줄 텐데?"
27일 방문한 서울의 한 견본주택의 분양대행사 상담사는 2억5000만원짜리 사무실 분양을 위해 90% 대출을 받으라며 이렇게 말했다. 1군 건설사가 경기도에 짓고 있는 지식산업센터 사무실 분양을 위해 상담사가 권유한 대출 비율은 80~90%로 2억원에서 2억2500만원 상당이다. 이곳에서 알아본 조건 좋은 은행 중 선택해 대출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개인자금 약 3000만원 정도면 상가 주인이 되고, 다달이 월세를 받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월세 수익으로 이자를 내고 3년 안에 원금 회수가 가능하다며 수익을 자신했다. 100% 수익을 주장하는 이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를 통해 모집된 비전문가다.
길거리에서 물티슈, 행주, 손난로 따위를 나눠주는 직원을 따라 들어간 견본주택에서는 이 같은 수법을 흔히 볼 수 있다. 직원들은 "어제부터 한 명도 못 데려가서 곧 잘리게 생겼다" "한 달째 야근 중인 신입인데 좀 도와달라"고 호소하며 또래 고객을 모은다.
이들을 따라 견본주택에서 상담을 마친 20대 A씨는 "마음이 약해져 들어갔는데 상담에서 빚을 빚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100% 수익이 날 것처럼 이야기하니 홀릴 수밖에 없다"며 "자기 자본이 낮아도 가능한 PF사업과 비슷한 형태를 고안한 것 같다"고 놀라워했다. 이튿날 방문한 견본주택에는 A씨 또래 2030 청년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2시간여 이어진 상담에서는 단 한차례도 미분양 물량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나 임대 지속성 우려 등 문제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되레 분양팀장은 인근에 예정된 대기업 사업지 등을 보여주며 "절대 공실이 날 위험이 없다"거나 "월 최소 100만원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을 보다가 5년 이내 다음 매수자에게 비싸게 팔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번 인연을 계기로 앞으로 평생 부동산 갈아타기를 도와 수익을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면 1군 대형건설사의 이름을 빌려 신뢰를 만들었다. 이미 상당 부분 공사가 완료됐으며 잔여 물량이 15%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대출을 끼고 건물을 산 유명 연예인 기사를 보여주면서 같은 방법으로 수십억원의 수익을 거뒀다며 안심시켰다. 1시간마다 상담실 문을 열고 다른 직원이 들어와 "전에 방문했던 00고객님이 한 채 더 계약하겠다고 서류 들고 찾아와 곤란하다"는 식의 연기를 선보이며 빠른 결정을 유도하기도 했다. 결국 자리를 뜨려고 하자 물량 예약을 위한 계약금을 넣고 가라며 붙잡았다. 100% 확률로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자신했지만 주말 사이 새 분양자가 나타나지 않았는지 돌아온 월요일까지 전화, 문자 등의 사후 연락이 이어졌다.
이 분양대행사는 올해 온라인 아르바이트 채용 사이트를 통해 모집공고를 내고 상담가를 모집했다. 모집공고에는 '목돈 마련이 필요하신 분'을 찾는다거나 '분양처음 접하는 분도 환영'이라는 등의 문구가 적혔다. 특별한 자격 제한은 없다. 채용 사이트에서는 다수 분양대행사에서 비슷한 공고를 올려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going@fnnews.com 최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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