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에도 실리콘밸리의 혁신은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 중심에는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생산했던 엔비디아가 있다. 엔비디아는 오픈AI와 더불어 전 세계 인공지능(AI) 흐름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2024년 3월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AI 종합기업으로 도약을 선언했다. 단순하게 AI 칩을 생산하는 기업이 아닌 AI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르겠다는 것이었다. 가능할까 하는 의견이 많았다. 엔비디아는 '쿠다'라는 엔비디아만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중이다.
챗GPT로 전 세계를 AI에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오픈AI도 제자리에 멈춰 있지 않았다. 오픈AI는 인간과 엇비슷한 수준의 AI 범용인공지능(AGI)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샘 올트먼 CEO는 "AI는 쿨한 것 같다"는 자신의 SNS 문구처럼 AI를 만들기 위해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연초에 약속했던 생성형 AI 동영상 생성기 소라(Sora) 등의 연내 출시 약속을 지켰다. 올트먼 CEO 역시 거짓말하지 않았다.
메타플랫폼도 혁신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는 메타버스에 빠져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비난을 누그러뜨렸다. 저커버그는 메타의 생성형 AI 서비스 메타AI와 스마트글라스로 반전을 꾀했다. 실리콘밸리 혁신의 정점에서 다소 밀려난 구글도 마찬가지다. 10여년 전 세계 최초로 AI를 선보였던 구글은 절치부심했다. 그 결과 제미나이(Gemini)라는 최신형 멀티모달 AI 모델을 내놨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순다르 피차이 CEO는 구글의 AI가 오픈AI에 뒤처져 있음을 인정하는 대범함을 보였다. 그는 직원들을 질책하는 대신 독려했다. 전 직원에게 2025년의 구글 목표가 차이를 줄이는 것이라는 명확한 비전도 제시했다.
반면 혁신 없이 안주한 기업들은 몰락했다. 인텔이 그랬다. 인텔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반도체 챔피언'이라고 찬사를 보냈던 기업이다. 실제로도 인텔은 과거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었다. 하지만 혁신을 등한시한 인텔은 뒤처졌다. 세계 2위의 반도체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던 팻 겔싱어 전 CEO는 거짓말쟁이가 된 채 자리에서 내려왔다. 자칫하면 인텔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다. 과거 실리콘밸리의 모태가 됐던 휴렛팻커드(HP)의 길을 따라갈 수도 있다.
나라가 큰 위기에 처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은 경제 불안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두 차례 탄핵을 거쳐 두 번째 대통령 권한대행이 나라를 맡았다. 두 번째 권한대행이 등장하면서 한국의 대외신인도도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외국인은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빼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육박하고 있다. 1달러에 1400원을 넘는 고환율은 지난 2009년에 겪은 금융위기를 떠오르게 한다. 설상가상으로 불의의 사고까지 겹쳤다. 그럼에도 현재 대한민국에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기업의 CEO처럼 약속을 지키고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인들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위기를 유리하게 활용하려고만 하는 정치인만 많다. 그런 정치인들은 항상 국민을 얘기하는데, 정작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한국 정치에 적용한다면 개혁이 될 것이다. 한국 정치의 개혁이 없다면 대한민국호는 정치적 리스크에 따라 매번 요동칠 것이다. 새해에는 우리 정치인들이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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