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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새해 경제예측의 단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12.31 17:36

수정 2024.12.31 17:36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새해 경제는 예측하기 참 어렵다.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 미국 대통령이 돼서다. 그래도 단서는 찾을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 의장인 파월의 최근 행동을 살펴보고 2026년에 있을 미국 하원의원 선거를 가늠해 보면 된다. 먼저 파월의 행동을 음미해 보자.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기준금리를 0.25%p 내렸다.
이상하다. 2024년과 2025년의 경제와 물가가 좋다면서도 금리를 내린 것이다. 지난해 12월 FOMC는 2024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보다 높은 2.5%로 상향했다. 실업률은 4.2%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물가(근원개인소비지출 기준)는 조금 높은 2.8%로 추정했다. 2025년 경제성장률은 2024년보다 높은 2.1%로, 실업률은 비슷한 4.3%로 예측했다. 물가는 2.5%로 관리된다고 했다. 종합하면 2024년과 2025년의 미국 경제는 이자율을 내릴 만큼 나쁘지 않다. 그런데 파월은 왜 기준금리를 내렸을까.

다른 의문도 있다. 2025년에는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줄이겠다고 했다. 지난해 9월에는 경제성장을 위해 기준금리를 계속 낮추겠다고 했는데, 3개월 후 FOMC에서는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겠다고 했다. 모순이다. 이런 것들을 파헤쳐 보면 파월이 2025년과 그 이후의 미국 경제를 어떻게 보는지 살필 수 있다.

주식시장과 경제성장률만 보면 미국 경제는 엄청나다. 하지만 파월은 2025년 이후의 미국 경제에 불안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브세션(vibecession)이라는 말에서 읽을 수 있다. 이 말은 실제 상황보다 체감경기가 나쁠 때 쓴다. 미국 서민들은 미국 경제가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24년 미국 대선이 이를 증명한다. 서민경기가 나쁘다고 주장하는 트럼프가 경제가 좋다고 주장하는 바이든과 해리스를 압도했다. 파월도 미국 경제가 불안해질 수 있다고 본다. 고율의 신용카드 이자와 고물가를 견뎌야 하는 저소득층 경제는 생각보다 심각하다. 중소기업도 현 금리가 버겁다. 고금리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파월이 기준금리를 낮춘 이유다.

2025년 이후에는 금리와 물가가 위험할 것으로 파월은 본다. 트럼프 공약이 그대로 실현된다면 말이다. 대표 공약인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려면 세수 채우기용 국채를 대량으로 찍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시중에 엄청난 돈이 풀릴 것이고, 금리와 물가는 치솟게 된다. 여기에 고율 관세와 이민자 추방은 물가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다. 이런 식으로 트럼프발 고금리와 고물가가 현실이 되면 미국 경제는 물론이고 한국 경제도 참 어려워진다.

하지만 몇 가지 제동장치가 있다. 파월이 첫째다. 파월은 바이든 시절 유동성 조절에 애를 먹었다.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반해 바이든은 무차별적 재정적자정책을 폈다. 주가와 경제는 호조를 보였지만 물가 잡기에 애를 먹었다. 파월은 트럼프 시대에는 물가통제에 비상대책을 동원할 생각이다. 그중 하나가 물가관리 하한을 2~2.9%에서 2%로 엄격히 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2025년의 금리인하 횟수를 줄이는 것이다. 트럼프는 파월의 이런 성향을 알고 그를 자르려 했다. 하지만 파월은 임기인 2026년 6월까진 불가능하다고 잘라 말했다.

2026년에 있을 하원선거도 제동장치다. 민주당 시절 고금리와 고물가로 고통받던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2024년 선거에서 트럼프와 공화당을 찍으며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만일 트럼프 시대에도 같은 고통에 시달리면 반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이는 예산권을 갖는 하원이 2년 후에는 민주당으로 넘어가고, 트럼프는 레임덕에 빠짐을 의미한다. 마지막은 미국 경제 내 불안요소다.
고금리와 고물가는 상업용 부동산 문제를 키울 것이고, 중소은행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이런 고민들을 하게 된다면 트럼프는 공약조절을 해야 한다.
그러면 미국 금리와 물가는 하향 안정되고, 한국 경제도 숨을 돌릴 수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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