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가 만난 한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탄핵정국으로 인해 윤석열 정부의 핵심 자본시장 정책 중 하나였던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 상실을 우려한 것이다.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밸류업'이다.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시작된 밸류업 프로그램은 지난해 2월 26일 정부의 밸류업 정책 발표를 시작으로 5월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마련, 9월 밸류업 지수 발표, 11월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 상장까지 꾸준히 단계를 밟아갔다.
지난 1년간 밸류업의 성과도 차곡차곡 쌓였다. 지난해 5월 KB금융의 밸류업 예고공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00곳이 넘는 상장사가 밸류업 본공시와 예고공시에 참여했다. 특히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올해 코스피 시장 수익률 대비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문제는 최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밸류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탄핵정국이 이어지고, 국내 주식시장마저 부진하면서 밸류업에 대한 기업들의 의지가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밸류업 참여기업에 상속세와 증여세를 완화해 주기 위한 인센티브의 목적을 담고 있는 상속·증여세법 개정안마저 부결됐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밸류업의 동력을 재점검할 때다.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밸류업에 대한 의지를 다시 강조하며 흔들림 없이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밸류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목소리를 냈다. 금융당국의 의지 표명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목소리를 내는 것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은 법인세 세액공제,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밸류업 세제지원책을 적극적으로 재추진해야 한다. 또 현재 주주환원 중심인 밸류업 공시가 향후 기업의 경쟁력 강화로 확장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나아가 상대적으로 밸류업 공시가 저조한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맞춤형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밸류업은 특정한 정권의 성과를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기업의 가치를 향상시키고, 국내 주식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은 정권과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 밸류업이 1년 만에 중도 하차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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