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대표 상권 '홍대'
고물가·경기침체에 얇아진 지갑
계엄 이어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쳐
2030 외출 줄이고 소비 자제
편의점·유흥업종 등 매출 직격탄
고물가·경기침체에 얇아진 지갑
계엄 이어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쳐
2030 외출 줄이고 소비 자제
편의점·유흥업종 등 매출 직격탄
"12월 내내 집에만 있다가 올해 마지막 날이라 나왔어요."
2024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오후 9시께 MZ세대의 대표 소비상권인 서울 홍대 클럽거리에서 만난 윤모씨(20)는 이렇게 말했다.
경기불황이 이어진 데다 계엄과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젊은층도 소비가 움츠러드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이날 홍대 클럽거리에는 젊은층이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일대 매장 직원들은 "평소 연말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기자가 두달 전 핼러윈데이 취재차 방문했을 때는 길거리 통행이 어려울 정도였는데 이날은 보행에 별다른 불편함이 없었다.
4년째 클럽거리에 위치한 술집에서 호객업무를 한다는 박모씨(26)는 "원래 같으면 이 일대가 길을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사람이 많다"며 "손님이 주니까 클럽, 술집들이 아르바이트생들을 줄이고 길거리에 호객행위하는 사람도 줄어든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길어진 상황에서 12월 들어 탄핵 사태와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치면서 MZ세대도 소비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사회 초년생인 윤씨는 "아무래도 경기가 안 좋아지고 물가가 올라서 밖에 나가 돈 쓰기 힘들다"며 "2~3명이 평소 술을 마시면 10만원 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그것도 부담이 된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에는 매주 약속이 있었는데 이번 12월에는 외출을 거의 안 했다"고 덧붙였다.
오는 4일까지가 제주항공 참사 국가애도 기간으로 지정돼 주요 연말연시 행사가 취소된 것도 MZ세대의 소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모씨(28)는 "당초 가려고 했던 신촌 연말 카운트다운 콘서트가 취소돼 친구 집으로 가기로 했다"며 "연말 기분이 전혀 나지 않아 친구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차분하게 보낼 생각"이라고 했다.
홍대 클럽거리 인근 편의점들도 매출 감소를 겪었다. 특히 세븐일레븐 홍대그린점은 홍대 상권 전체에서 재방문율이 두 번째로 높은 곳으로, 고정고객층이 있어 매출이 크게 변하지 않는 편이다. 이곳뿐 아니라 근처 GS25 홍대클럽점과 클럽거리에서 한 블록 떨어진 어울마당로의 세븐일레븐 홍대스타점도 전월 매출이 모두 떨어졌다고 했다. 편의점 한 곳은 연말인데도 발주량을 줄이기도 했다. 해당 편의점 직원 이모씨(62)는 "한 달 사이에 매상이 반의 반으로 떨어졌다"며 "지난해는 아르바이트생까지 4명이 근무하며 2명은 카운터를 보고, 2명은 물건 정리를 해도 바빴는데 지금은 2명으로도 한가하다"고 했다.
한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0일 삼성카드의 일반음식점 매출은 5763억원으로 전년 동월(6013억원)과 전월(6010억원) 대비 각각 약 4.2%, 4.1% 감소했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계엄이 있던 지난해 12월 3일 이후 회식과 술자리가 점점 줄었는데 제주항공 참사까지 겹치면서 연말연시 특수를 노리던 유흥업종의 매출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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