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나흘째… 희생자 179명 모두 신원확인
무안공항 합동분향소 줄 500m
활주로 밖 철조망에도 국화꽃
"외로이 사투, 충분히 잘 했다"
조종사 형이 쓴듯한 메모 눈시울
지자체 조문소에도 수천명 발길
무안공항 합동분향소 줄 500m
활주로 밖 철조망에도 국화꽃
"외로이 사투, 충분히 잘 했다"
조종사 형이 쓴듯한 메모 눈시울
지자체 조문소에도 수천명 발길
【파이낸셜뉴스 무안·서울=황태종·최승한·성석우 기자】 2025년 을사년 새해 첫날인 1일 전국 각지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려는 국민들의 추모 행렬이 이어졌다. 특히 제주항공 참사 나흘째인 이날 전남 무안국제공항 1층에 마련된 희생자 합동분향소에는 운영이 시작된 이날 8시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항 내부는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분향 대기 줄이 공항 청사 밖 400~500m까지 길게 이어지며 조문하는 데 1시간가량 소요되기도 했다.
학생들과 함께 추모객 대기 줄을 안내하는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밖에 계신 분만 1000~1500명 정도 되는 것 같다"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추모객들은 이번 참사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광주와 전남 지역민, 일출을 보러 왔다가 들른 전국 각지의 국민, 자원봉사 및 구호단체 관계자, 사고 수습 당국 관계자까지 다양했다.
추모객들은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아직 너무 젊은데..."라는 탄식을 쏟아내며 안타까워했다.
일부 추모객들은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가족여행을 떠났다가 함께 참사를 당해 여러 개의 위패가 모여 있는 곳에선 한동안 멈춰 고개를 숙인 채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추모객은 "전남에 일이 있어서 아내와 왔다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비극이 있었다고 해서 분향소에 들렀다. 참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순천에서 온 한 추모객은 "직접적인 지인이나 관계는 없지만, 지역 주민으로서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형제나 자녀 같은 마음이어서 왔다"면서 애도를 표했다.
광주에서 온 또 다른 추모객은 "참사 희생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무척 커서 가족과 함께 조문을 왔다. 다시는 이런 사고가 일어나선 절대 안 된다"라고 말했다.
분향을 끝낸 추모객들은 공항 청사 1층 대기석에 있는 손 편지를 쓰는 공간을 찾아 저마다 참사 희생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메모지에 적었다.
한 추모객은 "마지막 순간의 고통은 부디 잊으시고, 여행에서의 즐거운 기억만 가지고 편히 잠드시길 바랄게요. 편안함에 이르시길..."라고 적으며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소속 세월호 유족 30명도 노란 패딩점퍼 차림으로 저마다 국화를 들고 분향소 앞에 섰다. 이들은 아침 일찍 전남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 선체 앞에서 새해맞이 희생자 상차림을 마친 후 가족 잃은 이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하고자 곧장 무안공항으로 왔다.
유족들도 전날에 이어 분향소를 찾아 갑자기 떠나버린 가족들의 넋을 달랬다. 한 유족은 "우리 딸 새해인데 떡국도 못 먹고, 진짜 어떡해"라고 흐느껴 안타까움과 슬픔을 더했다.
일반인들의 출입이 통제된 사고 현장에 가장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곳인 철조망 앞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추모객들은 술과 음식을 놓거나 하얀 국화꽃을 철조망에 꽂거나, 메모를 부착하며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사고 여객기 조종사의 형으로 추정되는 추모객이 쓴 "외로이 사투를 벌였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너는 이미 너무나 훌륭했고 충분히 잘했으니 이젠 따뜻한 곳에서 행복했음 좋겠다. 고마웠고 그리고 미안하다"라는 메모는 많은 추모객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무안공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무안종합스포츠파크에 마련된 정부합동분향소에도 이날 오전 11시 현재 1600여명이 조문하는 등 3일간 7600여명이 찾아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 차려진 광주합동분향소에도 이날 들어 오후 2시 현재 1700여명이 다녀가는 등 분향소 운영 3일 동안 모두 8600여명이 찾아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소속 의원들이 찾아 헌화·분향했다.
이 밖에 서울시청 본관 앞 정문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를 비롯해 대전시청 1층, 부산시청 1층, 경남도청 광장에, 충북도청 서관에 각각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도 추모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수습 당국에 따르면 참사 희생자 179명의 신원이 이날 오후 모두 확인됐다. 희생자 중 11명의 시신은 가족에게 인도됐다. 1명(서울)을 제외한 10명은 광주와 전남 지역 장례식장에 안치됐으며 이 가운데 5명의 유가족은 장례 절차에 돌입했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파손된 비행기록장치(FDR)는 국내에서 자료 추출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미국으로 보내 분석하기로 했다.
hwangta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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