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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일의 세상만사] 헌재, 정국 안정을 최우선 고려해야

노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1 19:14

수정 2025.01.01 19:14

총리 가처분 결정 신속하게
정족수·탄핵사유 등 의구심
극한대립 해소할 유일 기관
노동일주필
노동일주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후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수습 국면인가 했던 정국이 혼란상을 보이고 있다. 노련한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서 한 총리가 있어 다행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안정감을 보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한 총리까지 탄핵을 의결했다. 총리 시절 사유를 들었지만 3인의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한 게 실제 이유였다. 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도 탄핵을 위협하고 있다.
헌법재판관 2명을 임명했지만 나머지 한 명도 임명을 요구한다. 쌍특검(김건희·내란특검)법 재의요구도 야당의 비위를 거스른 권한 행사이다. 정부·여당 내에서는 "독단적 결정"이라며 반발이 나온다. 민주적 정당성이 약한 권한대행의 결정이라는 이유에서이다. 최 권한대행 스스로도 월권한 측면이 있음을 인정하면서 사직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같은 결정을 한 총리가 내렸다면 없었을 혼란이다.

앞으로 최 권한대행이 어떤 결정을 해도 야당은 시비를 걸 것이다. 최대 5명의 장관을 탄핵, 국무회의를 마비시키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정치권 행태를 보면 언제든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권과 국민의 모든 시선이 헌법재판소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혼란을 최소화하고 국정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기관은 헌재가 유일하다. 특히 한 총리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의 결론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내려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 심리를 일단 미루고라도 우선 심리해야 할 시급한 사안이다.

한 총리 탄핵은 여러 측면에서 의구심이 든다. 의결 정족수 문제부터 심각하다. 재적 과반수 혹은 재적 3분의 2로 이견이 큰 상황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192명 찬성으로 가결을 선포했다. 2016년 국회입법조사처는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에 재적 3분의 2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2024년에는 달라졌다. 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151명에 "이론이 없다"고 답했다가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는 "대통령에 준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는 식이다. 재적 3분의 2라는 국회운영위원회 전문위원의 의견도 있다.

한 총리 탄핵소추 사유도 의구심을 키운다. 탄핵사유는 '김건희 특검법' '채해병 특검법' 거부, 비상계엄 내란 행위 공모·묵인·방조, 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운영 체제 그리고 내란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이다. 세 가지는 국무총리로서, 두 가지는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발생한 사유가 혼재되어 있다. 헌법재판연구원이 2015년 발간한 '주석 헌법재판소법'은 권한대행자가 탄핵대상인 경우 '탄핵소추 발의 및 의결 정족수는 대행되는 공직자의 그것을 기준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탄핵소추안에서 '총리(한덕수) 탄핵'만을 적시한 것은 논란을 피하기 위한 꼼수이다. 대통령 권한인 상설특검 임명 회피,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을 탄핵사유로 들면서 총리로 탄핵한 자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헌재의 신속한 결정이다. 최 권한대행조차 월권이라며 스스로의 결정에 자신이 없는 상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민주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은 국정운영의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것이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법언을 유추하여 피소추인 한 총리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족수, 탄핵사유 등에 대한 의구심이 있으니 일단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의 권한을 회복하도록 가처분을 인용한 후 탄핵 가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윤 대통령 탄핵이 시급하다는 이유로 다른 모든 사안을 미룰 수는 없다. 헌재가 결정을 미룰 경우 연쇄 탄핵 사태를 통해 자칫 국정 마비가 올 수도 있다.
상상하기는 어렵지만 국무회의가 마비돼 야당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법률이 자동 발효되는 상황을 목격할 수도 있다. 사법리스크 회피를 기대하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 헌정 마비를 바라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헌재는 한 총리의 가처분 신청에 대해 최대한 신속하게 결론을 내려야 한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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