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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역경 딛고 최대 수출, 기업이 쇄신의 주역되는 새해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1 19:18

수정 2025.01.01 19:18

대내외 악재 새해 전망은 불투명
고군분투 기업 총력 지원이 살길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사진=뉴스1
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모습. /사진=뉴스1
국내외의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지난해 수출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새해 아침 역경에 강한 한국 기업의 저력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출역군들의 역동적인 기운이 계속되는 참담한 정국을 뚫고 우리 사회에 고루 퍼질 수 있길 기원한다. '푸른 뱀'의 해 을사년, 뱀이 허물을 벗고 새로 태어나듯 기업이 우리 경제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모두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지난해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을 이끈 주역은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다.
전체 수출액 중 반도체가 20%, 자동차가 10%였다. 반도체는 거대한 인공지능(AI) 물결에 힘입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출액이 전년 대비 무려 40% 이상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자동차는 세계적인 전기차 캐즘에도 역대 최대였던 전년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했다.

전체 수출액은 전년 대비 8.2% 증가한 6838억달러로 기존 역대 최대였던 2022년 기록(6836억달러)를 넘어섰다. 당초 목표였던 7000억달러에 못 미친 것은 아쉽지만 급변의 연속이었던 글로벌 환경과 국내 정치불안을 딛고 이룬 실적이라는 점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다. 최첨단 선봉의 산업이 한국 수출의 강력한 버팀목 역할을 해준 것도 뿌듯하다.

상위 주력품목군은 아니지만 식품, 미용 등이 일군 역대 최대 수출도 주목할 만했다. 농수산식품 수출은 전년 대비 7.6%, 화장품은 20% 이상 증가해 두 품목 모두 사상 처음 100억달러대 수출탑을 세웠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K팝과 K드라마 등 한류를 등에 업고 이룬 쾌거로 볼 수 있다. 식품기업들은 여세를 몰아 해외에 생산공장을 지을 계획을 발표하고 수출품목을 추가로 발굴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의 부단한 걸음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문제는 새해 우리에게 닥칠 대외경제 파고와 국내정치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 트럼프 2기에 더욱 격렬해질 대중 패권싸움과 고관세 후폭풍의 위력은 가늠하기조차 힘들다. 당장이라도 트럼프 차기 내각을 상대로 외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지만 국내는 탄핵 국면이어서 국정도 위태롭다. 불안한 정국에서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여기에다 최근 참사로 인해 중앙재난대책본부장까지 1인 4역을 맡은 최상목 권한대행을 흔드는 일은 자제돼야 한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해야 수출도, 경제도 살아날 길을 찾을 수 있다.

새해 수출 증가율은 지난해보다 꺾인 2%대로 내다보고 있지만 이조차 미국 변수가 포함되지 않은 수치다. 트럼프발 악재와 예상보다 깊은 중국 침체가 현실화하면 수출전선은 극한의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이를 헤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할 기업을 총력을 다해 지원해야 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권이 할 일이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과거의 성장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기업이 근본적인 체질개선, 혁고정신(革故鼎新)의 결단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사업보국의 초심으로 본연의 역할에 더욱 매진하겠다"며 "더 많은 기업이 더 넓은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의 뜻이 이뤄질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개선과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기업이 쇄신과 변혁의 주역으로 설 수 있어야 미래가 있다.
강인한 기업가 정신이야말로 지금의 난국을 이겨낼 자산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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