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유출 악화 속 인재유입 더뎌
인센티브·근무환경 파격 지원을
인센티브·근무환경 파격 지원을
실제로 한국 내에서 '브레인 드레인(Brain drain·두뇌 유출)' 문제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예전엔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퇴직 엔지니어에게 막대한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데려가는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미국의 유수 첨단기업들이 한국의 첨단기술 핵심인재를 데려가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보다 훨씬 좋은 우대 조건을 내걸고 기업에 재직 중인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을 앞둔 예비인재까지 끌어가고 있다.
우리나라 인재들이 빠져나가면서 연구실은 인력난으로 초비상이다. 이에 외국 인재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브레인 게인(Brain gain·인재 유입)' 목소리가 높지만 한국 내 근무 환경과 조건에 매력을 느끼며 오겠다는 외국 인재가 많지 않은 게 문제다.
이 같은 심각성에 대응해 핵심인재를 늘리기 위한 전방위적인 정책 동원이 절실하다. 우리나라에서 활동 중인 핵심인재를 놓치지 않는 동시에 해외 유수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이 동시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제기한 해외 AI 인재 유치방안도 귀담아들을 만하다. 디지털 분야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특화된 비자를 개발하자는 게 주요 내용이다. AI 인재에 한해서 비자발급 요건을 학력이나 경력보다 AI 역량이나 전문성을 우선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해외의 디지털 인재들이 한국에 와서 쉽게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비자 요건을 완화해 한국에 들어오더라도 그들이 활동할 생활환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곧바로 타국으로 떠나버리기 때문이다.
국내 핵심인재를 묶어두기 위해 당장 실천 가능한 방안도 있다. 지난해 국회 처리가 무산된 반도체특별법을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반도체 기업에 직접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취지에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고소득 연구개발(R&D) 직군의 주 52시간 규제 적용 예외조항을 두고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기업과 대만의 TSMC는 하루 근무시간을 대폭 늘려 언제든 연구개발이 가능한 환경을 갖췄다. 주 52시간에 묶여 있는 우리나라 근무여건으론 중국, TSMC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 지경이다.
두뇌 유출은 심화되고 인재 유입은 지연되는 게 우리나라의 현주소다. 이대로 가다간 인재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핵심인재 부재가 당장 산업 위기로 나타나진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기술력 격차에 따른 국가 경쟁력 위기를 맞을 것이다. 탁상공론이 아닌 확실한 인센티브와 근무환경을 제공하는 핵심인재 확보 전략을 가동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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