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르포]"집에 가세요" VS "세상 똑바로 봐라" 긴장감 도는 대통령 관저

김동규 기자,

최승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2 13:31

수정 2025.01.02 13:31

대치 중인 보수·진보
감정 격해지면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 보수·진보 두 세력이 서로 대치 중이다. 사진=김동규 기자
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앞. 보수·진보 두 세력이 서로 대치 중이다. 사진=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애국 운동하는 사람 아니면 집에 가세요", "세상 똑바로 봐라. 자식들에게 부끄럽지 않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입구는 오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측은 구속영장의 불법을, 윤 대통령을 비판하는 측은 발 빠른 영장의 집행을 외치면서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냈다. 경찰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 곳곳에 바리케이트를 설치했지만, 감정이 격화될 경우 양측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없다.

■尹 수호, 나라 안전
이날 관저 앞 인도에는 '부정선거 OUT, 입법독재'란 푯말을 든 보수 지지자들과 '내란수괴 윤석열 구속'이란 푯말을 든 진보 지지자들이 각자의 세력을 불리며 마주 보고 서 있었다. 경찰은 이들 사이에 이격을 만들어 바리케이드를 치고 상대방에게 넘어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보수 지지자 A씨는 "이것들이 쳐들어오면 어떻게"라고 혼잣말하며 관저 입구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자신을 두 아이의 엄마라고 소개한 A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공산주의가 판치는 나라를 물려줄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왔다"며 "영장이 집행되면 내 몸 불살 지어서라도 막을 것"이라고 결의를 다졌다.

보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막는 것이 한국사회의 안정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청소노동자로서 보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하루 휴가를 내고 관저 앞에 왔다는 이모씨(67)는 리더십의 부재를 우려했다. 그는 "경제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대통령이란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 없어지면 나라는 더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며 "국민이 대표자로서 뽑은 사람을 자신들 맘에 안 든다고 체포하겠다는 생각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수 지지자 박모씨(60대 중반)은 무안공항참사 등 최근 일고 있는 사회적 재난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윤 대통령을 탄핵하면 하나님이 심판한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이번 무안공항참사"라며 "윤 대통령 취임식 날, 날이 맑았음에도 무지개가 떴다. 대통령이 탄핵당하면 더 큰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죄 인정하고 내려와야
반면 진보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버티기'가 법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모씨(60대)는 "법조인이었던 윤 대통령은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불법이라고 폄훼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 있다"며 "자신이 정말 이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을 직시하고 뉘우치는 마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른 진보 지지자 B씨는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농성하면서 '막후 정치'를 전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어젯밤에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선동하는 전단지를 전달하면서 자신의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냐. 정말 비겁하다"며 "저런 사람을 대통령이라고 믿었던 내가 잘못"이라고 꼬집었다.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는 이날 오후부터 관저 앞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진보진영인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역시 같은 날 오후에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관저 앞에서 개최키로 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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