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쓰고 분향소 찾은 추모객도…봉사단체 온정 지속
"많이 사랑해 그리울거야" 무안공항·분향소에 닷새째 추모 물결휴가 쓰고 분향소 찾은 추모객도…봉사단체 온정 지속
(무안=연합뉴스) 나보배 이성민 정종호 기자 = 제주항공 참사 닷새째인 2일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선 이른 아침부터 애통해하는 유족들의 곡소리가 일대를 가득 메웠다.
한 유족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듯 수척한 얼굴로 "내 새끼 이렇게 가면 어째 아이고…."라고 흐느끼며 헌화한 뒤 한동안 제자리에서 목 놓아 울었다.
다른 유족은 가족의 영정사진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손으로 쓸어내리길 반복하며 좀처럼 분향소 밖으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유족들의 울음소리는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어 일대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이곳을 찾은 시민 이한희(64)씨는 "이틀 전에도 분향소에 왔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다시 또 왔다"며 "너무 가슴 아픈 참사다. 지역 주민이어서 더 마음이 미어진다"며 붉어진 눈시울로 말했다.
분향소 인근의 한 계단 난간에는 유족들의 희생자들에게 남긴 편지와 메모들이 빼곡히 붙었다.
"○○야, 너무 많이 사랑하고 그리울 거야. 많이 아프지 않았길. 우리 어머님, 아버님, 언니, 동생들 너 몫까지 부족하겠지만 열심히 챙겨드릴게. 응원하고 잔소리 들려줘. 잘 이겨내 볼게"
"그곳에선 아프지 않고 평온하시길", "좋은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 만나길 바란다" 등 추모객들이 남긴 메모들도 있었다.
추모의 발길은 공항 인근에 있는 무안 종합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에도 이어졌다.
분향소 운영 시간에 맞춰 이른 오전 일찌감치 이곳으로 모여든 시민들은 가지런히 모은 두 손에 국화를 쥔 채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희생자들의 위패 앞에 층층이 쌓인 국화꽃 위에는 장난감 축구공, 인형, 초콜릿, 편지 봉투 등이 가지런히 놓였다.
이중 서울에서 온 승무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한 편지에는 "굉음 속에서 얼마나 무서우셨을지 감히 짐작도 안 간다. 부디 그것에선 평안을 찾길 바란다"고 쓰여 있었다.
휴가를 내고 이곳을 찾았다는 경남 의령군 공무원 김영보(51)씨는 "어제 늦은 저녁에 공항 분향소를 찾아 조문한 뒤 근처에서 잠을 자고 이곳에 또 왔다"며 "유가족들이 새해를 제대로 보내지도 못하고 공항에 있는 게 너무 안타깝다. 온 국민이 함께 아파하고 있으니 힘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애타게 시신 인도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텐트 밖으로 흘러나오는 유족들의 곡소리는 이곳의 일상적인 풍경이 됐다.
대다수 유족은 수습 당국의 브리핑이 이뤄지는 대합실에 앉아 가족들의 소식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곡기를 끊은 유족들의 텐트 앞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놓고 간 도시락이 덩그러니 놓여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번 사고로 30대 아들을 잃었다는 한 유족은 "좀 지내시는 게 어떻냐?"는 기자에게 "말할 힘도 없다"며 손을 내저으며 축 늘어진 몸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나마 각계에서 모인 자원봉사자들 덕에 유족들은 이곳에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공항 곳곳에선 종교계와 금융권 등 10여곳의 기관·봉사단체가 닷새째 음식과 생필품 등을 마련한 부스를 운영하며 유족들의 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이날 공항 2층에서 유족들에게 간식과 생필품을 나눠주던 대한적십자사 자원봉사자 김춘희(62) 씨는 "끔찍한 참사가 났는데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어서 나왔다"며 "슬픔에 잠긴 유족들이 하루빨리 회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까지 무안공항·무안종합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에는 약 1만8천명의 분향객이 다녀갔다.
행정안전부는 오는 4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17개 시도(20곳)와 66개 시군구(68곳)는 총 88곳의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
chase_aret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저작권자 ⓒ 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