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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선했던 부부인데"…여객기 참사 조문객들 눈시울·통곡

뉴스1

입력 2025.01.02 12:29

수정 2025.01.02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인 A 씨 부부의 빈소가 마련된 전북 .남원의료원 장례식장. 2025.1.2/뉴스1 장수인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인 A 씨 부부의 빈소가 마련된 전북 .남원의료원 장례식장. 2025.1.2/뉴스1 장수인 기자


(남원=뉴스1) 장수인 신준수 기자 = "세상에 이렇게 선한 사람들이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좋은 분들이었어요. 이제야 편히 노년을 보내나 했는데…"

2일 오전 9시께 전북 남원의료원 장례식장.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인 A 씨(69‧남)와 B 씨(65‧여) 부부의 빈소에는 침묵이 흘렀다. 가끔 들리는 통곡소리만이 무거운 정적을 깼다.

유족들은 상복도 채 입지 못하고 있다가 이날 오전 11시께 겨우 옷을 추스리고 조문객들을 맞았다.

부부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찾은 조문객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며 자녀를 끌어안고 통곡했다.

영정 사진 앞에 앉은 자녀들은 소중한 가족을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멍한 표정으로 조문객들을 맞았다.


B 씨의 여동생 김 모 씨(50대)는 "평생을 자녀들에게 헌신하며 살았고, 훌륭한 일을 많이 해서 인정을 많이 받았다. (나도) 여행 중에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을 듣고, '설마 아니겠지'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가족 C 씨는 "정말 덕망이 있던 분들이었다. 평생을 가족만 생각하며 사셨기 때문에 진작부터 하숙집 운영도 그만하시고, 편히 지내라 말씀을 드려도 자녀들을 더 받쳐주려고 노력했다"며 "이제야 편안하게 지내시나 했는데 갑자기 사고를 당했다. 어머니가 90대인데 아들의 신원 확인을 하면서 누구보다 더 가슴 아파 하셨다"고 설명했다.

빈소에는 일반 조문객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조문객들은 터져 나오는 슬픔을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 부부는 십여년 전 퇴직한 A 씨의 전 직장 동료들과 4박 5일여간의 부부동반 태국 여행길에 올랐다가 이번 참사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수십년간 국내 한 방송국에서 근무하다 10여년 전 명예퇴직한 A 씨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평생 5남매의 장남으로 평생 책임감 있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A 씨의 곁에서 힘이 됐던 아내 B 씨는 하숙집을 운영하며 자녀들은 물론 시동생들의 학업까지도 단단히 받쳐줬다. 그 헌신 덕에 시동생들은 공직과 대기업에, 자녀들은 변호사와 사업가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B 씨는 지난해 하숙집 운영을 마무리했다.
'이제 편하게 좀 살라'는 자녀들과 시동생들의 성화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부는 편안한 노년생활을 누리지도 못하고 불의의 사고로 생을 마감했다.


부부의 입관일은 3일 오전 11시, 발인은 4일 오전 9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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