곳곳에서 불안·무기력·불면 호소
전문가 "주변 사람과 이야기하고
사고영상 반복적 시청 자제해야"
"비상계엄 이후로 매일 우울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서 더욱 슬픔이 큽니다."
전문가 "주변 사람과 이야기하고
사고영상 반복적 시청 자제해야"
2일 낮 12시께 서울 중구 서울시청 본관 앞에 설치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친 대학생 이세아씨(25)는 울먹이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는 "시민을 지켜줄 거라고 믿었던 국가가 군대를 동원하는 일을 확인하지 않았나"라며 "계엄에 이어 이런 참사까지 일어나니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불안해서 불면증까지 생겼다"고 호소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심판·수사, 역대 최악의 여객기 참사가 잇따르면서 무력감과 비통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계엄령 선포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대형 참사까지 터져 공포가 극에 달하게 된 탓이다.
노원구 주민 김명선씨(53)는 "남인 나도 못 견디게 가슴 아픈데 유족들 심정은 어떨지, 얼마나 속이 탈지 모르겠다"며 "뉴스로 유족들의 사연이나 사고 현장 사진을 보면 하루 종일 우울하다"고 했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참사가 반복되며 불안감을 느낀다는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이주영씨(30)는 "참사의 원인이 무엇이든 누구라도 그 비행기를 탔다면 사고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개인이 조심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어서 앞으로 비행기를 타거나 여행 갈 때마다 두렵고 떨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분노와 스트레스, 공포, 위협감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주변 사람과 슬픔을 나누고 규칙적으로 일상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시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직자들에 대한 분노가 사회 전반에 퍼졌다"며 "이로 인한 불안과 스트레스가 심각한 상황에서 발생한 대규모 참사로 공포와 위협감을 느끼는 시민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고 영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졌다는 시각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참사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조의를 표현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재난 상황을 중계한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다 보면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참사 관련 영상을 반복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혼자서만 힘들어하면 트라우마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주변 사람과 이야기하며 슬픔을 표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변함없이 규칙적인 일상을 지키는 것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jyseo@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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