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한강과 독서 선진국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2 18:29

수정 2025.01.02 18:29

유선준 문화스포츠부
유선준 문화스포츠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덕분에 출판계가 호황을 누렸지만, 반짝 효과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출판사 관계자)

지난해 막바지 출판계는 소설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열풍으로 호황을 누렸다. 수상 이후 그의 저서들은 총 3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주요 서점에서는 연속 8주 이상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한 작가의 작품들은 연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무려 5종이나 포함됐고, 그의 소설들은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30위 가운데 7종이나 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뜨거운 관심 덕분에 그의 저서는 품귀현상까지 빚었다.
서점에서는 책을 내놓자마자 완판되고, 도서관에서는 전권이 대출 중인 실정이다. 더욱이 중고책 가격까지 치솟으면서 처음으로 전자책 구매를 고려 중이라는 이들도 생겨날 정도로 '신드롬'을 낳았다.

그의 저서뿐만이 아니라, 말과 행동도 주목받았다. 계엄의 잔혹성을 다룬 작품으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나라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한 작가는 시상식을 통해 "무력이나 강압으로 언로(言路)를 통제하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길 바란다"고 일갈, 세계인의 찬사를 받았다. 말 그대로 지난해 한국은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울고 웃었던 '문학적 한 해'였던 것이다.

그러나 출판계 일각에서는 한 작가의 수상효과 하나로 한국 문학계 전반의 발전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그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국가 위상을 높였으나 정작 중요한 독서 선진국으로 가기까지는 한참 멀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의 독서율은 세계 평균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한 작가 수상효과로 다른 작가들의 소설 판매량도 전년에 비해 늘었지만 독서 선진국으로 가기에는 미미하다는 평가다. 즉 한국 문학계가 발전하려면 정부와 출판계, 독자 모두가 독서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에서 출판과 문학의 질을 높이고 독서인구를 늘릴 수 있는 정책을 내고 지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와중에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국고보조금 갈등 장기화도 신진 작가 발굴과 K문학의 해외 진출 무산 등으로 발목이 잡힌 실정이다.


이번 수상을 통해 문학이 국격을 바꾼다는 생각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독자들도 호응한다면 새해에도 '제2의 한강'이 나오고 독서 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rsunju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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