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한 이후 다음 순서를 고심하고 있다. 영장 유효기간이 하루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수처는 체포영장 2차 집행시도와 유효기간 만료 뒤 재청구, 사전구속영장 또는 구속영장 청구 등 여러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우선 공수처가 쉽게 체포영장 집행에 다시 나설 수 없는 것은 “협조할 수 없다”는 대통령 경호처의 입장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1차 집행 때 경호처의 물리적 대응을 경험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다시 재집행에 들어갈 경우 충돌은 불가피하고, 이로 인해 부상 등의 발생 우려를 고려한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2차 집행마저 불발될 경우 공수처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공수처 내부에서도 바로 재집행에 나서기보단 차분하게 후속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가 전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에 응하도록 명령할 것을 요구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경호처가 앞으로도 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을 내비친 만큼 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자인 최 권한대행을 움직여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최 권한대행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일에도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해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최 권한대행 등에게 보냈지만 회신 받지 못했다.
이런 장애물을 감안하고 공수처가 영장 유효기간 마지막 날인 오는 6일 다시 한 번 집행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공수처는 법원으로부터 정당하게 발부받은 영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집행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2차 체포영장 집행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아예 박종준 경호처장 등에 대한 조사를 먼저 끝낸 뒤 체포영장을 재발부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 가장 큰 걸림돌인 경호처부터 무너뜨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박 처장에 대한 2차 출석요구 시점은 오는 7일이다.
검사 출신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공수처가 집행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얘기해 온 만큼 유효기간 내 재집행에 나설 수 있다"며 "만일 영장 유효기간이 지난다면 법원에 기존 영장을 반환하고 영장을 재청구할 것"이라고 봤다.
체포영장 집행을 생략하고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최 권한대행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경호처에서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면 선택지는 사전구속영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체포영장을 집행할 경우 체포 후 48시간 이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해야 하지만, 구속영장을 발부받으면 최장 20일 동안 구금해 수사할 수 있고,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길 수도 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불구속 상태의 피의자도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경우가 있어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소장에서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라고 적시했으며, 국헌문란 목적이 있고 내란 폭동도 존재했다고 분명히 했다. 공수처는 이런 검찰의 자료를 토대로 수사를 하게 된다. 법원이 유사한 결정을 할 경우 구속영장도 발부될 가능성에 보다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 경우에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과 구속영장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할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 측은 체포 단계에서도 헌재와 법원 등에 법률 소송을 여러 차례 제기하며 수사의 부당성, 계엄의 정당성을 주장해 왔다. 윤 대통령 측은 헌재의 탄핵심판이 수사보다 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모든 것이 좌절된다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기는 선택지도 있다. 또는 아예 현직 대통령이라는 예우를 고려, 변호인단과 조율해 자진 출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는 방법도 제시된다. 하지만 김 전 국방부 장관이 자진 출석한 뒤 체포에 이어 구속, 기소된 사례를 본 윤 대통령이 자신도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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