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주항공 참사가 벌어진 전남 무안국제공항의 관제량이 다른 중소공항 대비 3배 가까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고추 말리던 공항'이라고 불리며 활주로 연장 예산에 난항을 겪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더욱이 2017년 부산지방항공청이 관제사의 피로 누적에 따른 안전사고를 우려해 야간운항 제한 조치를 취하려 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난 2023년 무안 공항 관제탑의 관제량은 4만538대로, 하루 평균 111대에 대한 관제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른 지방공항인 △양양 관제탑(1만9078대·하루 52대) △여수 관제탑(1만4710대·하루 40대) △울산 관제탑(1만2820대·하루 35대)보다 월등히 앞선다. 울산 관제탑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규모다.
반면 근무하는 관제사 수는 다른 공항과 비슷한 규모로, 업무량 과다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안 관제탑은 모두 7명의 관제사가 2∼3명씩 교대로 일했는데 양양 관제탑의 관제사 수도 7명이었다. 여수와 울산 관제탑의 관제사 수는 각 4명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무안공항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로 활주로 연장 사업 예산 확보 때 많은 비판이 일었지만, 실습 비행기들의 연습 운항 등 스케줄이 많은 곳"이라며 "중원대. 교통대 등 대학교 항공학과 등에서 거의 다 무안공항을 비행교육장으로 사용하고 있어 관제사들은 더 바빴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무안 관제탑 관제량은 2015년(4만9401대·하루 135대), 2016년 6만6413대(하루 181대), 2017년 6만3855대(175대)로 급증했다.
관제량이 크게 늘며 부산지방항공청은 2017년 관제 인력 부족과 피로 누적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를 막기 위해 2018년부터 오후 9시에서 다음 날 오전 7시 사이의 무안 공항 야간운항을 제한하려 했지만, 전남도 등 지역사회 반발로 결국 백지화됐다. 24시간 운항체제가 유지되지 않으면 부정기 국제노선 유지와 확충이 어려워 공항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관제사는 항공기 이착륙을 통제하는 비행장 관제 업무에 더해 상승 후 안전고도까지 유도하는 접근관제 업무, 항로에 있는 항공기들과 교신하며 통제하는 지역 관제 업무를 모두 맡는다.
항공교통관제사 피로관리 국제기준에 따르면 관제사의 근무 시간은 12시간(야간 10시간)을 초과하지 않으며 관제 업무시간은 휴식 시간 없이 2시간을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