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앞 육교에서 만나 이모씨(60대)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해병대'란 글귀가 적힌 귀마개와 두툼한 군복을 무장한 채 흩날리는 눈 속에서 믹스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이씨는 대통령 관저 앞에 나온 자신의 행동을 '애국의 길'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날씨가 춥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눈까지 오는 것 봐라"라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자칫 체포될 수 있는데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이것을 저지해야 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눈 내리고 추워도 와야지"
이날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서울서부지법에서 발부된 지 6일째가 되는 날이다. 진보 지지자와 보수 지지자들은 궂은 날씨에도 대통령 관저가 위치한 한남동으로 결집했다. 공수처가 지난 3일에 실패한 체포영장의 집행을 다시금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비록 이들은 정치 성향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냈지만, 안전한 집회를 위해 노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30분부터 서울 동북권·서남권·서북권 등에는 대설주의보가 발령됐다. 시간당 1~3㎝의 강하고 많은 눈이 내렸다.
강하고 많은 눈이 내렸지만, 진보와 보수, 두 세력의 집회는 계속됐다. 진보 지지자들은 대통령 관저 남쪽인 한남오거리에서 나인원 한남아파트 사이 6차선 도로에, 보수 지지자들은 대통령 관저 북쪽인 국제루터교회 인근에 모였다.
진보 지지자들은 '윤석열 즉각 체포'란 구호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결속했다. 진보 집회 발언대에 선 한 시민은 자신을 60대 중년이라고 소개하며 "이제야 집회 노래의 의미를 알았다"며 "남녀노소가 힘을 모아 윤 대통령의 체포를 이뤄내야 한다"고 호소했다.
새벽부터 이곳에 온 직장인 한모씨(20대)는 "눈이 많이 내려 춥긴 하지만 윤 대통령이 꼭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곳을 지키고 있다"며 "법원에서 발부한 영장을 거부하며 사회 시스템 부정하는 것은 대통령까지 한 사람의 자세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보수 지지자들은 체포 영장 자체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대형 발광다이오드(LED)와 스피커 등을 동원해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했다.
오전 6시 동대문구에서 왔다는 장모씨(61)는 "밤샘 인원과 교대하라는 단톡방 메시지를 받고 왔다"며 "체포 영장 기한이 끝나는 월요일까지 계속 참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른 보수 지지자 B씨(20대)는 "공수처의 체포는 월권적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고, 또 다른 보수 지지자 김모씨(56세) 또한 "공수처의 체포는 불법적인 통제이며 이를 막는 것이 시민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진보와 보수 가릴 것 없이 집회장에서 폭력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지난 4일에서는 한 경찰관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집회 참석자에게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이런 의혹을 의식이라도 한 듯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공질서를 정비했다.
블루스퀘어 인근에서 붉은색 경광봉을 흔들던 한 보수 지지자는 "어떤 언론에서는 우리가 화염병을 들고 다닌다고 말하는데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우리도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부상조하는 문화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난 정모씨(24)는 보수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남동을 찾은 고령의 여성을 부축하고 있었다. 정씨는 거동이 불편한 해당 여성을 10여분간 부축하고 있었고, 해당 여성은 정씨에게 계속해서 "대통령의 계엄은 타당하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정씨는 "정치색을 떠나 몸이 불편하신 어르신을 돕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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