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력 키우는 중국 기업들 위협적
한국, 첨단 제조 인프라 강점 살려야
한국, 첨단 제조 인프라 강점 살려야
AI 혁명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의 기조연설은 상징적이다. 황 CEO는 AI의 궁극적인 미래를 로봇공학, 자율주행차와 같이 '물리적 AI'로 확장하고, 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로봇과 자율주행을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기술장벽, 즉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와 많은 시간이 요구되는 테스트다.
황 CEO는 이 한계를 극복하는 개방형 AI 플랫폼 '코스모스'를 공개했다. 그는 "코스모스를 활용하면 로봇 학습에 필요한 시간과 자본이 모두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6년 만에 CES 무대에 등장한 젠슨 황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1만2000여명이 행사장에 몰렸다고 하니, 그 영향력에 다시 한번 놀랄 따름이다.
엔비디아의 질주는 우리 기업에는 더 많은 기회가 될 것이다. 진화하는 고성능 AI칩에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된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의 5세대 HBM(HBM3E) 16단 제품 등을 CES에서 공개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황 CEO가 만나 AI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데, 반가운 소식을 기대해 볼 만하겠다.
CES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기업의 기술 혁신 각축장이다. 참가기업도 미국(1509개), 중국(1339), 한국(1031개) 순인데, 3개국이 전체의 87%를 차지한다. 한국 대표기업인 삼성전자는 AI와 사물인터넷(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로 연결성을 강화한, 개인화된 AI 주거 솔루션을, LG전자는 AI 가전과 IoT 기기를 조합·연결·확장하는 이동식 차량공간 플랫폼을 공개해 주목받고 있다.
놓쳐서는 안되는 변화가 중국 기업의 커진 영향력이다. 하이센스, TCL 등 가전업체는 물론 전기차 제조업체 BYD, 지커(지리자동차), 샤오펑과 로봇기업 하이퍼셸 등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협업해 AI 혁신 제품을 경쟁적으로 공개했다. 하이센스는 2017년 일본 도시바 TV사업부를 인수해 전 세계 TV시장을 14% 가까이 장악, 한국 가전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AI는 물론 전기차·배터리·드론·양자역학·생체바이오 등 미래기술이 한국보다 앞섰다고 평가받는다. 방대한 내수와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우수 인재를 토대로 천문학적 자본까지 쏟아붓고 있으니, 우리 기업의 생사가 달린 실질적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우리도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첨단 제조업 인프라를 고루 갖추고 있다. 이런 강점을 살리지 못하는 것은 현세대의 잘못이다. 첨단산업 주 52시간 규정과 같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연구개발(R&D)에 힘을 쏟아야 한다. 법·제도적 뒷받침은 두말할 사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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