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배우 박성훈이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역할을 맡으며 고민한 점을 말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2(극본/연출 황동혁/이하 '오징어 게임2')에서 트랜스젠더인 게임 참가자 현주 역할을 맡은 박성훈은 9일 오후 1시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N인터뷰】①에 이어>
-현주 캐릭터를 받았을 때 소감은.
▶저에게 현주 역할을 주신 것에 대해 신기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다. 배우로서 새롭고 큰 도전이 되겠구나, 이 역할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멋지고 매력 있고 누구나 좋아할 캐릭터로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
-성소수자 캐릭터에 대한 부담은.
▶해외 반응 중에 실제 트랜스젠더가 아닌 사람이 연기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진 분들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 부분이 걱정됐다. 현주의 인성이나 인품보다 트랜스젠더만 강조되지 않도록 캐릭터를 만들어 나갔다.
-황동혁 감독이 현주가 故 변희수 하사 사건을 두고 연상한 캐릭터라고 했는데 참고했나.
▶제가 대학로에 있을 때 LGBTQ 역할을 여러 차례 했었다. 고 변희수 하사 사태가 있을 때 누구보다 가슴이 아팠던 기억이 있다. 현주 역할을 맡고 (트랜스젠더에 대해) 추가로 조사를 하고 실제 트랜스젠더분들도 만나서 자문도 구했다.
-인물에 대한 구체적인 설정은 어떻게 했나.
▶제 해석과 감독님의 의도가 동시에 들어갔다. 현주가 희화화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들 중에서 가장 이타적이고 정의롭고 배려심 강한 것에 집중해서 연기했다. 그래도 현주의 여성성은 조금은 묻어났다고 생각한다. 사실 목소리는 성이 전환되는 과정에서 목소리는 호르몬제를 맞아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제가 워낙 저음이어서 여러 톤을 고민하다가 이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고 했다. 목숨을 건 게임에서 너무 긴박한 상황이니까 꾸민 상황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원래 가진 목소리가 나온 거라고 생각했다.
-연기하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도 고민되는 부분이었을 것 같다.
▶과도한 목소리 변조, 과도한 제스처를 제일 경계했다. 현주가 가진 여러 레이어(면모)가 있는데 정의롭고 이타적이고 배려심이 강한 성향에 집중하면서, 타인이 현주를 바라보는 시선과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그동안 밖에서 트랜스젠더로 생활하면서 어떤 차별을 당했을지 그런 고민을 더 심층적으로 했다.
-현주는 정의롭고 남을 돋는 인물인데 실제 상황이라면 박성훈의 선택은.
▶저는 겁이 많아서 1라운드하고 바로 집에 갔을 것 같다. 현주처럼 결단력, 리더십 있는 캐릭터가 아니다. 저는 어려움을 겪었을 것 같다. 제가 그러지 못한 측면을 가진 입장에서 현주라는 멋진 캐릭터를 선물해 주신 감독님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가슴 수술을 한 모습으로 나온다.
▶상반신의 경우는 제 몸에 맞게 본을 떠서 제작했다. 착용할 수 있는 형태여서 그걸 착용하고 촬영했다.
-해외에서 현주 캐릭터가 반응이 좋다고 하는데 알고 있나.
▶요 며칠 너무 (힘들어서) 그런 반응을 찾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 전에) 국내 반응은 찾아봤는데 '오징어 게임' 댓글에서도 재준이라고 불러주시는 걸 보고 재미있기도 했다. 저는 현주가 가진 성정이 좋기 때문에 그 점이 주목받으면서 LGBTQ 소수자분들에게 편견을 가진 분들이 계신다면 그런 게 조금 누그러지는 계기가 되면 뿌듯할 것 같다. 대학로에서 소수자 역할을 맡아서 한 작품이 '두결한장'이었다. 그때는 편견이 있었다. 제 친구에도 소수자가 있는데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남은 것이 있었다. 그분들을 심도 있게 이해하고 싶고 편협한 사고를 깨고 그릇을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 작품을 하면서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분들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당시 (성소수자) 친구가 보러왔는데 '너의 중요한 성향 중의 하나인데, 어린 시절부터 친구인 내가 서른이 다 되도록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지 못해서 미안했다'고 한 기억이 난다. (황동혁) 감독님은 제가 이런 연기 경험이 있는 걸 전혀 모르고 캐스팅하신 걸로 알고 있다. '희수'라는 단막극을 보고 현주 모습을 발견하셨다고 해서 놀랐다.
한편 박성훈이 출연한 '오징어 게임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런트맨(이병헌 분)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시즌1의 인기에 이어 시즌2 역시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8일 넷플릭스 톱 10 투둠 웹사이트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2'는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582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를 기록하며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시리즈 부문 영어, 비영어 통합 1위를 차지, 93개국 톱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공개 첫 주 만에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 시리즈(비영어) 7위에 오른 데 이어 11일 만에 1억2620만 시청수 기록을 세우며 시즌1에 이어 역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박성훈이 맡은 현주는 '오징어 게임' 속 '소수자'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한 현주는, 다른 참가자들이 거리를 두는 최약체이지만 순식간에 반전되는 면모로 극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더 글로리' '눈물의 여왕' 등 쉼 없이 다작을 이어가고 있는 박성훈은 완전히 새로운 옷을 입고 눈도장을 찍었다.
<【N인터뷰】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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