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불황에 '1900원 맥줏집' 우후죽순… 제2 스몰비어 사태 오나

이환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8 17:44

수정 2025.01.08 17:44

日 저가 선술집서 따온 '생마차'
2년도 안 돼 가맹점 200곳 육박
유사 미투 브랜드 전국 확산세
베끼기 창업 피해 커져 소송도
후발 가맹점 연쇄 파산 우려감
지난 5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1900원 맥주'를 파는 '생마차' 가게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지난 5일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1900원 맥주'를 파는 '생마차' 가게 앞으로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이환주 기자

#. 지난 5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 한 주점 간판에 '생맥주 1900원', '닭날개튀김 900원' 이라고 큰 글씨로 적힌 가게가 성업 중이었다. 수 백m를 지나자 앞선 가게와 똑같은 가격과 메뉴를 내건 유사 업체가 영업 중이었다.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생마차와 같은 콘셉트로 영업을 진행 중인 또 다른 브랜드 매장의 모습 사진=이환주 기자
홍대입구역 근처에서 생마차와 같은 콘셉트로 영업을 진행 중인 또 다른 브랜드 매장의 모습 사진=이환주 기자


최근 일본 저가 선술집을 모티브로 저렴한 생맥주와 닭날개 튀김을 대표 메뉴로 한 이른바 '불황형 맥주집'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간단한 메뉴로 유사 출점의 진입 장벽이 낮고, '미투 창업'을 막을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대 초반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부작용도 컸던 '스몰비어' 사태 처럼 후발 가맹점주의 연쇄 파산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900원 맥주 원조 생마차, 日 가게 모티브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 1900원 맥주(300cc) 점포 콘셉트로 처음 사업을 시작한 브랜드는 '생마차'다. 생마차는 서울 송파구에 2023년 8월 1호점인 방이점을 오픈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9개월 뒤인 2024년 5월 100호점을 돌파하고, 지난해말 기준 183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생마차 1호점 개점 후 몇 달이 지나지 않자 유사 '미투 브랜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300cc맥주 1900원에 닭날개튀김 반개에 900원인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해 문을 연 '쏘시지요'는 9개월만에 가맹점 187호점을 돌파했다.

또 부산과 영남을 중심으로 '다다하다'가 매장을 빠르게 늘렸다. 이 밖에 '간빠이', '문토리', '단토리', '치마이생' 등의 브랜드도 수십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생마차 브랜드를 운영하는 트렌차이즈 김재훈 대표는 "2011년 일본 '돈부리' 프랜차이즈를 론칭하고, 일본을 오가던 중 일본 불황형 프랜차이즈 매장 중 현재까지 성업 중인 매장 콘셉트를 한국에 적용했다"며 "무분별한 미투 브랜드 창업이 이어지면서 변호사를 통해 내용 증명을 보내 대응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미투 창업, 카피캣 관련 대표 소송으로는 고기 프랜차이즈 '이차돌'이 카피캣 브랜드 '일차돌'을 상대로 승소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차돌은 베끼기 창업 피해로 일차돌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해 2022년 10월 최종 승소했다.

■'스몰비어' 사태 재현 우려

1900원 맥주 프랜차이즈의 난립은 2013년 등장했던 '스몰비어'를 떠올리게 한다. 스몰비어는 맥주 한잔에 2500~3000원, 안주로는 5000원 감자 튀김 등으로 단순화해 유행했던 소형 맥주 브랜드다.

국내 최초 스몰비어 브랜드였던 '봉구비어'가 문을 열자 얼마 지나지 않아 '봉쥬비어', '춘자싸롱', '영희비어', '상구비어', '용구비어', '춘자비어' 등 유사 브랜드가 난립했다. 스몰비어 브랜드가 한창 유행했을 당시에는 무려 70여개 브랜드가 생겼다.

유행을 타는 프랜차이즈의 본사는 초기 빠르게 가맹점을 늘려가며 가맹비, 교육비, 인테리어 비용 등으로 수익을 거뒀다.
하지만 뒤늦게 뛰어든 가맹점주의 경우 경쟁 심화와 박리다매를 통한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경영난을 겪기도 했다.

실제, 봉구비어는 2015년 당시 전국에 730여개 매장을 운영했지만, 2023년말 기준 매장수는 211개로, 3분의 2 이상이 문을 닫았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유행 주기가 짧은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경우 초기에 창업하면 한동안 수익을 볼 수 있지만 후발 주자로 뛰어들 경우 창업자금만 1억원 이상 날릴 수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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