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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닮은꼴’ 여수공항… 콘크리트 둔덕에 지역민들 공포 [우리지역 공항은 괜찮나(3)]

황태종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08 18:18

수정 2025.01.08 19:43

참사원인 된 ‘둔덕’ 무안보다 거대
인근 철새도래지 2곳도 걱정거리
짧은 2100m 활주로는 연장 불발
안전기준 턱걸이에 대책마련 시급
여수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형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의 모습. 가로 52m, 세로 20m, 높이 4m로, 이번에 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가로 40m, 세로 4m, 높이 2m) 보다 훨씬 크다. 뉴시스
여수공항 활주로 끝에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형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의 모습. 가로 52m, 세로 20m, 높이 4m로, 이번에 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가로 40m, 세로 4m, 높이 2m) 보다 훨씬 크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여수=황태종 기자】 전남 광양·순천·여수 등 동부 지역민이 서울이나 제주행 항공편에 이용하는 여수공항의 시설과 비행 환경이 최근 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과 유사해 안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8일 부산지방항공청 여수공항출장소 등에 따르면 여수공항은 국내선 전용 공항이다. 진에어·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 등 3개 항공사가 하루 여수~제주 간 4회 왕복, 여수~김포 간 3회 왕복 등 총 14편을 운항한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동일 기종인 보잉 737-800도 운항하고 있다. 지난해 이용객은 28만명에 달했다.


활주로 길이는 2100m로, 국내 중소형 지방공항 중 울산공항(2000m)에 이어 두번째로 짧다. 게다가 이번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으로 지적되는 조류 충돌,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둔덕형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장치) 등 제반 시설과 비행 환경이 무안국제공항보다 열악하다.

짧은 활주로는 국제 규격 이상이지만, 항공기가 착륙용 바퀴인 랜딩 기어 미작동 등으로 동체 착륙을 시도할 때 충분한 감속이 어려워 활주로 끝을 벗어나는 오버런(overrun)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무안국제공항은 기존 2800m 활주로를 3200m로 연장하는 공사로 300m를 사용할 수 없어 사고 당시 실제 이용 가능 활주로가 2500m였으나 오버런이 발생했다. 지역 안팎에서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를 전후해 여수공항의 국제공항 승격을 통한 활주로 연장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다.

활주로 끝에서 콘크리트 둔덕형 로컬라이저까지 거리는 208m로, 종단 안전구역 최소 의무 기준인 90m보다는 길지만 권고 기준인 240m에는 못 미친다.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은 251m 거리였지만, 오버런한 사고 여객기가 충돌해 폭발하면서 피해가 커졌고, 충돌이 없었다면 참사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로컬라이저가 놓인 콘크리트 둔덕의 규모는 가로 52m, 세로 20m, 높이 4m로, 무안국제공항(가로 40m, 세로 4m, 높이 2m)보다 훨씬 크다. 2m 높이의 로컬라이저까지 더하면 높이가 6m에 이른다.

여수공항 인근에도 2곳의 철새도래지가 있는데,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조류 충돌이 여수공항에서도 매년 발생해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4년 8월까지 최근 5년간 여수공항의 항공기 조류 충돌은 2019년 3건, 2020년 3건, 2021년과 2022년 각 1건, 2023년 3건, 지난해 8월까지 1건 등 총 12건에 달했다. 이는 같은 기간 대구공항(38건), 청주공항(33건)보다 적지만, 이번에 참사가 발생한 무안국제공항(10건)보다 많은 수치다.


공항에 배치된 조류 퇴치 인원도 4명뿐이다. 규모가 큰 김포(23명)·제주(20명)·김해(16명)·대구(8명)에 비해 훨씬 적다.


초당대 비행교육원장을 맡고 있는 항공운항학과 정원경 교수는 "항공기 사고는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만큼 국가에서 안전을 최우선에 놓고 비용, 인력, 시간 등을 투자해야 안전 위험 요소를 줄일 수 있다"며 "특히 로컬라이저의 경우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권고 사항에 따라 반드시 충격에 부서지기 쉬운 재질로 재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wangtae@fnnews.com 황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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