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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삭기에 묶였던 60대 여성, 어떻게 전 남편 살해했나?[사건의 재구성]

뉴스1

입력 2025.01.12 07:30

수정 2025.01.12 14:56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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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살려주세요.”

지난 2023년 6월쯤 경남 김해시 한 농장에서 60대 여성 A 씨가 목 놓아 외쳤다. A 씨는 굴삭기에 온몸이 묶인 채 옴짝달싹 못 하고 1시간가량 매달려 있었다. 인적이 드문 외지여서 누구 하나 A 씨의 구조 요청을 듣지 못했다. 자존심이 무너지고 삶에 대해 체념할 때쯤 한 남성이 A 씨를 풀어줬다. 자신을 묶어놨던 B 씨였다.


이들은 1988년 부부의 연을 맺었다가 B 씨의 불륜 문제로 2003년 이혼한 사이다. 하지만 이혼 후에도 수시로 연락하며 가정 대소사를 함께 지내왔다. 굴삭기에 결박되기 한 달 전, B 씨가 이혼의 원인이 됐던 여성과 계속 연락을 주고받은 게 들통나면서 서로는 크게 다퉜고 결국 사달이 난 것이다.

이 같은 일을 겪은 A 씨는 며칠 후 뇌동맥류로 쓰러져 병원에서 2차례에 걸쳐 수술을 받았다. 겨우 생명을 건사하고 건강을 되찾은 A 씨는 B 씨에 대한 복수심과 증오심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천천히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 심지어 남성을 제압할 만큼 힘을 키우기 위해 헬스장까지 꾸준히 다녔다.

1년이 지난 지난해 6월 4일. 살해를 결심한 A 씨는 지인에게 “받은 수모는 돌려줘야지 생각은 다 정리됐어”라며 메시지를 보내곤 B 씨가 있는 농장의 컨테이너로 다시 향했다. 같은 달 8일 저녁. 여전히 퉁명스럽고 불평 가득한 언행으로 대하는 B 씨를 보며 자신이 처방받았던 수면제를 몰래 탄 커피를 건넸고 아무것도 모르고 이를 마신 B 씨는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A 씨는 괴로운 마음이 들어 그 자리에서 술을 마셨고 그러는 사이 이튿날 새벽께 B 씨가 깼다. A 씨는 다시 과거 굴삭기에 묶어둔 일을 언급하며 “너도 똑같이 느껴 봐라”고 다그쳤고, 이에 지친 B 씨는 “마음대로 하라”고 몸을 내줬다. B 씨의 양손이 묶이게 되자 A 씨는 본심을 드러냈다.

목을 잡힌 B 씨는 강하게 저항하면서 몸싸움을 벌였지만 작정하고 공격하는 A 씨를 막을 길이 없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 A 씨는 컨테이너 내부에 설치돼 있던 가스 장비를 뽑아 그대로 B 씨의 목에 감았다. 10여 분간 목을 조른 A 씨는 끝내 B 씨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창원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성환)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마약 수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받은 A 씨가 집행유예 기간 중 자중하지 않고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

재판부는 “살인죄는 그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다”면서 “오랜 세월 부부의 인연을 맺어 왔던 전 배우자인 피해자를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범행의 수단과 방법, 동기, 경위와 내용 등에 비춰 사안이 매우 중하고,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현재 이 사건은 A 씨가 1심 판결에 불복하면서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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