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채 10년물 14개월 만에 최고
한때 4.8%까지 뛰어 '잠재적 5%'
美대선 이후 두 달여 동안 급등세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 끌어올려
기업·투자자, 자금조달 악재 우려
한때 4.8%까지 뛰어 '잠재적 5%'
美대선 이후 두 달여 동안 급등세
연준 금리인상 가능성 끌어올려
기업·투자자, 자금조달 악재 우려
국제적인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미국 국채의 가격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1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주식 시장 역시 긴장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곧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는 공포가 가득하다며, 국채 가격 하락이 결국 기업과 투자자의 자금 조달을 어렵게 만든다고 걱정했다.
■美 기준금리 오를 수도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유통 금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채권시장에서 장중 4.8%까지 올라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4.78%로 마감됐다. 채권의 가격은 만기 가치를 유통금리로 깎아서 매기는 만큼 유통 금리가 오를수록 거래 가격은 내려간다. 10년물 유통 금리는 지난해 11월 5일 대선 당일 4.29%에서 이날까지 0.49%p 오르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은 국채 수요 감소의 최대 원인으로 연준의 기준 금리 전망을 꼽았다. 정부는 일반적으로 국채 발행 당시 기준 금리를 바탕으로 만기 가치를 정해서 돈을 빌린다. 국채 투자자들은 앞으로 기준 금리가 오른다고 예상되면 지금 시장에 도는 국채 대신 나중에 이자를 더 많이 주는 신규 발행 국채를 기다린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현재 4.25~4.5% 구간이다. 연준은 지난달까지 3회 연속 금리를 내렸지만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4회에서 2회로 줄였다. 미국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10일 투자자 보고서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 주기가 끝났으며 장기간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연준의 다음 행보가 금리 인상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올해 금리가 내려간다고 분석하면서도 첫 인하 시기를 3월에서 6월로 미뤘다.
현재 과잉공급에 직면한 미국 국채의 가격은 기준금리가 유지되더라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는 지난해 9월 말까지 1년 동안 1조8000억달러(약 2634조원)를 기록해 역대 3번째로 많았다. WSJ는 미국 정부가 적자를 메우려면 더 많은 국채를 찍어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더욱 많은 국채를 시장에 풀어야 한다.
■트럼프 2기 불확실성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정부의 재정 적자는 지금보다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에서 대대적인 감세와 지출 확대를 약속했다. 그는 부족한 세수를 관세 인상을 통해 해외에서 받겠다고 주장했으나, 이러한 정책은 수입 가격 상승 및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연준은 물가가 오르면 기준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올려 시중의 돈을 흡수해야 한다.
국채 시장의 가격이 내려갈수록 국채 매매에 적용하는 유통 금리는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국채의 유통 금리가 올라갈수록 증시 투자자와 기업들 역시 어려워진다. 시중 은행을 비롯한 미국 금융사들은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적용하는 유통 금리를 기준으로 마진을 붙여 돈을 빌려주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사 LPL파이낸셜의 애덤 턴퀴스트 수석 기술 전략가는 "10년물 국채 유통 금리가 잠재적으로 5%에 도달하면서, 최소한 금리가 안정될 때까지는 증시가 실제 유의미한 추진력을 얻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될 위험은 없다고 본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조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악순환은 다른 선진국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WSJ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영국과 독일, 호주, 일본의 국채 가격도 미국 국채와 더불어 떨어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WSJ는 국제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저렴하게 사기 위해 독일 국채 등 비슷한 등급의 다른 국채를 팔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 외 다른 선진국 국채 가격을 더 떨어뜨릴 수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15일 발표되는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에 주목하고 있다. 전월 CPI는 2.7%였으며 12월 전망치는 2.9%로 추정된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물가상승이 연준 목표(2%)에서 멀어질수록 기준 금리 동결 혹은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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