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조합원인 A씨 등은 2021년 7월 강원 원주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어기고 집회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원주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하고, 집회의 경우 4단계를 적용해 1인 시위만 허용한 상황이었다. A씨 등은 이같은 행정명령 조치를 위반하고, 관할 관청에 신고하지 않은 상태로 시위를 진행한 혐의를 받았다.
1심과 2심은 이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 집회를 주최한 A씨에게 벌금 200만원, 나머지 피고인들에게는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등은 "집회·시위를 전면 금지한 행정명령은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등 위헌·위법하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원주시의 행정명령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공공복리인 감염병 예방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합리적 범위 내에서 필요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며 "평등의 원칙 등에 위배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반면 대법원은 "원주시의 행정명령이 비례의 원칙을 위반해 위법하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에서 집회는 '50인 이상 금지'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데, 집회에 대해서만 4단계를 적용해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한 것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해당 조치가 정당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집회가 다른 모임이나 행사와 달리 감염병 발생과 확산의 예방에 상당한 위협이 되고, 3단계만으로는 감염병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부족하다는 점에 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자료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원주시에서 모든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해야 할 정도로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만한 객관적·합리적 자료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회의 장소, 시간, 규모, 방법 등을 적절히 제한하거나 참여자 간 간격 유지, 구호 제창 금지, 취식 금지 등 구체적인 조건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집회의 자유를 덜 제한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며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은 채 원주시 전역에서의 모든 집회를 전면 금지한 조치는 침해의 최소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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