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 후보자는 15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40대 독재자'로 칭하며 그가 남은 생애 동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보험으로 핵무기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루비오 후보자는 이어 "핵무기는 김정은에게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떤 제재도 북한의 핵프로그램 능력 개발을 막지 못했다"라며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저지 수단으로 더 이상 제재가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그는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환상'이라며 대북정책을 재검토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자, 광범위하고 진지하게 대북정책을 살펴봐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며 비핵화가 정책의 기조였던 트럼프 1기 대북정책의 전환을 예고하기도 했다.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처음 등장한 북핵 해법의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이 실제 북한과의 협상에서 적용된 것은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였다. 다만 트럼프 1기 행정부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부턴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라는 뜻의 FFVD(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를 정부 공식 용어로 사용했다. 다만 CVID, FFVD는 단순한 표현의 차이일 뿐, '북한의 비핵화'를 추구한다는 본질은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때문에 '제재 무용론', '비핵화 회의론'에 가까운 루비오 후보자의 이번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더 이상 1기 때의 방식을 재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으로 이어진다. 아직 정식으로 공개되지 않은 새 대북정책의 방점이 북한의 핵능력을 인정하면서 위협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북핵 현실론'에 찍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 조야에선 이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지난해 미 공화당과 민주당의 새 정당 강령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언급이 빠진 것이 그 사례다.
루비오 후보자에 앞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 장관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북한을 '핵보유국'(The DPRK’s status as a 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면서 논란이 됐다.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서 인정하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인도와 파키스탄, 이스라엘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여겨지는 것처럼, 미국의 행정부가 북한의 '핵 지위'를 용인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 주요 국가의 대북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미국이 비핵화가 아닌 '북핵 동결·군축'과 같은 '거래'에 방점을 둔 협상에 나선다면 북핵 위협은 사실상 영구적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 따른 외교 공백으로 트럼프 측과 긴밀한 소통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국의 전략가 상당수가 북한의 비핵화는 비현실적이고 합리적이지 않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 때문에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비핵화보다는 '위협 억제'에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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