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내란 수괴 혐의로 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이 막판까지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체포 과정에서 연출된 '불법 수사의 희생양' 이미지는 보수층의 동정 여론을 자극하며 진영 결집에 일정 부분 성공했다. 그러나 중도층으로 확산돼 전체적인 여론 변화를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윤 대통령은 내란 혐의 수사를 더는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강성 지지층을 겨냥해 결백과 결의를 호소하고 있다. 15일 체포되면서도 "불미스러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공수처 출석에 응한다"고 밝혔다.
체포 직전 촬영한 영상 메시지에서는 "이 나라에는 법이 모두 무너졌다" "불법의 불법의 불법이 자행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또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지지층 결집을 촉구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A4용지 4장 6789자 분량의 육필 메시지를 통해 "계엄은 범죄가 아니다"라며 "국가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통령의 권한 행사"라고 자신의 결백과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또한 "우리나라 선거에서 부정선거의 증거는 너무나 많다"고 극우 세력의 부정선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보수층의 궤멸 불안감을 결집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론 상승세를 지렛대 삼아 사법부에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전날 관저를 찾은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나는 가지만 당은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으니 종북 주사파에 단호히 맞설 때 우리도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이미 대통령직 파면까지도 감안하고 향후 사면·복권까지 염두에 둔 작심 발언인 셈이다.
보수 결집 속 여당 지지도 6개월래 최고…중도층은 변화 없다
최근 주요 여론조사에서 탄핵 반대 여론이 확대되고, 여당 지지도가 반등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이는 윤 대통령 개인에 대한 지지보다는 보수 진영의 위기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3~15일 유권자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5%로, 지난해 7월 4주차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은 33%로 하락하며, 약 4개월 만에 양당 지지도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같은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을 기각해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는 응답도 36%로 3%p(포인트) 상승했다. 탄핵을 인용해 파면해야 한다는 응답은 3%p 하락한 59%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중요한 점은 중도층 여론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NBS 조사에서 중도층의 탄핵 찬성 비율은 1월 2주차 72%%에서 71%로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압도적으로 우세하다. 반면 보수층 내 탄핵 반대 여론은 같은 기간 65%에서 72%로 증가해, 여론 변화가 보수층 내부에 국한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체포 과정서 보수층 결집…탄핵 심판에 영향 미칠 가능성은 낮아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여론전이 강성 지지층 결집에는 성공했으나, 중도층 여론의 변화가 없고 탄핵 찬성 여론이 여전히 우세해, 진영 결집을 노리고 있다고 본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이 강성 지지층밖에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해 결집을 호소하고 있지만, 헌재나 재판부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역시 "윤 대통령이 체포 당해서 끌려가는 모습이 피해자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어서, 동정론이 형성됐다"며 "그러나 이러한 흐름이 중도·무당층까지 확산돼 탄핵 여론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분석했다.
대통령의 여론전이 장기적으로 중도층의 이탈 고착화로 정치적 고립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많지만 반대로 보수층의 결집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는 얘기도 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수사가 진행되고 선거 국면으로 가면서 양 진영이 결집하고, 서로 충돌하는 경로로 갈 것"이라며 "윤 대통령의 강성 발언은 진영 결집을 위한 것이지만, 결국 그만큼 중도를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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