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엇이 어려운가?
- 파탄 여부가 쟁점인 사건
- 최고 난이도 사건
- 가슴 아픈 사건
- 파탄 여부가 쟁점인 사건
- 최고 난이도 사건
- 가슴 아픈 사건

[파이낸셜뉴스] 필자는 2012년 2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가사단독 재판부, 가사비송단독 재판부, 가사신청단독 재판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및 가사신청합의 재판부에서 재판장 및 배석판사로 근무하면서, 그리고 그로부터 10년 뒤인 2022년 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가사합의 재판부, 가사신청합의 재판부, 가사비송합의 재판부, 가사항고 재판부 및 가사항소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이혼 사건을 처리한 바 있으며 현재도 법무법인 바른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며 많은 이혼 소송을 수임하여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오늘은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면서 정말 힘들었던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무엇이 어려운가?
가정법원 판사로 오래 근무하다 보면 결론 내리기 정말 어려운 사건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은 가정법원에서 처리하는 사건 중 재산분할 사건이 복잡하고 어렵지 않냐고 묻는다. 분할 대상 재산이 많은 경우 그 많은 재산을 다 밝힌 다음 각각의 재산이 분할 대상인지 판단해야 하고 또다시 기여도를 판단하기 위해 재산 형성 과정부터 유지 과정까지 양 당사자의 기여를 철저히 조사해야 하므로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과정에서 치열한 공방도 오갈 수밖에 없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파탄 여부가 쟁점인 사건
재산분할보다 어려운 문제는 부부 일방은 이혼을 원하는데, 다른 일방이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이다. 부부관계가 완전하게 파탄되어 회복 가능성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경우라면 판단에 어려움이 없으나 파탄 여부나 관계 회복가능 여부에 관하여 경계선에 있는 사건들은 판단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필자는 이혼 사건을 합의부 재판장으로 그리고 단독재판장으로 처리한 경험이 있는데, 그나마 3명의 판사로 구성된 합의부에서 재판할 때는 파탄 여부에 관하여 결론내리기 어려워도 3명의 법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수가 있어서 부담이 덜했다. 그러나 단독판사로 근무할 때는 혼자 결론을 내리기 어려워 며칠 밤을 고민하며 힘들어했던 적이 많았다. 물론 동료 판사들에게 사안의 개요를 설명해 주고 ‘이런 경우에 어떻게 보느냐?’고 물어 보기도 했지만 어려운 사건의 경우 물어봤던 판사들마다 돌아오는 의견이 달라서 결정에 애를 먹은 적이 많았다. 사실 모든 판사들이 비슷한 의견을 내는 그런 사건들은 애초에 나에게 깊은 고민을 던져주지 않았을 것이다. 어려운 사건은 동료 판사 누구에게 말해도 의견이 갈렸고, 나 자신도 하루는 ‘파탄되었으니 이혼하는게 답이야’ 이렇게 생각했다가 다음 날에는 ‘아니야, 아직 회복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라고 생각이 바뀌는 경우가 많았다.

최고 난이도 사건
그런데 이러한 사건보다 더욱 판단하기 까다로운 사건이 바로 양육권에 관하여 치열한 다툼이 있는 사건이다. 양육권에 관하여 다툼이 있는 사건은 일반적으로 서로 양육권을 가지겠다고 부부 양쪽이 다투는 사건이지만 드물게는 서로 아이를 양육하지 않겠다는 사건들도 있다. 이런 경우 법원은 결국 직권으로 보다 양육에 적합한 일방을 양육자로 지정하긴 하는데 이혼 이후 그 아이들이 제대로 양육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다. 양육권에 대하여 다툼 있는 대부분의 사건들은 이혼 당사자 양쪽이 모두 아이의 양육을 원하면서 재판부에 자신이 양육자로 적합하다는 것을 피력하기 위해 엄청난 자료를 제출한다. 기본이 수백 페이지이고 수천 페이지를 넘는 양육계획서를 프리젠테이션 자료로 제출하는 당사자도 보았다. 양육자를 정할 때는, 미성년인 자녀의 성별과 연령, 그에 대한 부모의 애정과 양육 의사의 유무는 물론,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능력의 유무, 부와 모가 제공하려는 양육 방식의 내용과 합리성⋅적합성 및 상호 간의 조화 가능성, 부 또는 모와 미성년인 자녀 사이의 친밀도, 미성년인 자녀의 의사 등의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미성년인 자녀의 성장과 복지에 가장 도움이 되고 적합한 방향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 경우 아이와의 친밀도 및 애착 정도를 증대시키기 위해서 소송 중간에 아이를 탈취하는 당사자도 있었다. 의사표현이 가능한 초등학생 이상이 사건본인인 경우 양육자를 지정함에 있어 그 아이의 의사가 중요한데 부부 양쪽이 아이를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아이 앞에서 상대방 대한 욕을 하거나 상대방의 치부를 서슴없이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소송 중인 부부는 결국 이혼으로 남남이 되겠지만 그 아이에게는 세상에 하나뿐인 친부 또는 친모이므로 이런 경우 아이만 중간에서 엄청난 상처를 받게 된다.
가슴 아픈 사건
양육권과 관련해서 정말 마음이 아팠던 사건이 있었다. 10년 전에 결혼한 부부가 있었다. 남편은 해외 출장이 잦은 사람이었는데, 두 사람은 결혼한 지 얼마 안되어 바로 아들을 얻었고 큰 문제 없이 잘 살다가 10년 정도 뒤에 서로의 극심한 성격 차이, 속궁합 문제 등으로 이혼 소송을 하게 되었다. 서로 이혼에는 동의하였지만 하나뿐인 아들의 양육권은 꼭 자신이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런 사건이었다. 양육권에 대하여 치열한 다툼이 있는 경우 가사 조사를 거치게 되는데 두 사람의 양육 환경을 조사하고 아이도 면담한 결과 남편과 아이의 애착 정도가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 양육권이 남편에게 넘어갈 것 같은 분위기가 들자 이 여성은 갑자기 재판부에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하였다. 사실 이혼 소송 중인 저 남편은 아이의 친부가 아니어서 양육권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신혼 초에 남편이 장기 출장을 갔을 때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맺어 낳은 아이라고 말하였다. 남편은 처음엔 이 여성의 말을 믿지 못하고 유전자검사 신청을 했는데 검사 결과 그 남편과 아이 사이에는 친자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를 맞이한 남편은 엄청난 충격을 받은 채 한동안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얼마 지난 후 다시 법정에 출석하여 비록 아이가 친자는 아니지만 10년 동안 가슴으로 키운 아이이고 그 아이와는 단 한 순간도 떨어져 살 수 없으니 자신에게 양육권을 달라며 눈물로 호소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친부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아이의 양육권을 가질 수는 없었다. 결국 그 여성이 아이의 양육권을 가지게 되었지만 그 남편과 아이는 정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받게 되었을 것이다.
그 남편의 이혼 이후의 삶은 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게 된 그 아이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가슴이 먹먹해졌다. 사실 가정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이와 유사한 케이스를 여러 건 본 적 있다. 항상 느끼지만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을 다 따라가지 못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