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소설가로 제 2인생 시작한 IB전문 기자출신 작가 '눈길'

김경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1.28 20:15

수정 2025.01.28 20:15

최이아 작가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발간
최이아 작가. 작가 본인제공.
최이아 작가. 작가 본인제공.

[파이낸셜뉴스] 경제신문에서 재계와 금융당국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자본시장 분야를 취재해온 투자은행(IB)전문 기자 출신 작가가 소설집을 발간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최이아 작가.

과거 8년간 경제지 기자로 일하면서 사회에 만연한 부조리와 혐오를 고스란히 목격한 최 작가는 언론사를 그만 둔 이후 사회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비정규직 문제 속으로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기자직을 그만 둔 이후 노동전문 활동가로서 만난 성별과 나이를 초월한 다양한 사람들의 연대가 최 작가에게 영감을 주었다. 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한 작가는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근미래 한국 농촌 SF 「제니의 역」으로 2023년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우수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는 제6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 「제니의 역」을 포함해 총 6편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28일 최 작가는 경제전문 기자경험이 작품관에 미친 영향을 묻자 “출입처는 전문적인 경제 분야였지만, 영역보다는 취재원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과 맺은 관계에 영향을 더 많이 받은 것 같다”라며 “선후배와 함께했던 따뜻한 기억, 타인을 통한 깨달음, 나를 기만했던 순간, 상대를 불신하고 미워했던 감정, 싸우고 투쟁했던 열의, 통속 그 아래 세상에 몸을 던진 후회되는 선택,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행복. 관계에서 쌓은 이런 감정들이 글 저변에 있기에 어떤 분들에게는 사회부가 연상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솔직히 ‘어떤 경험이 있는 작가’라는 식으로 알려지는 걸 선호하지는 않는다. 괜히 부끄럽기도 하고, 독자가 글을 읽기 전에 선행적 관념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라며 “하지만 늦깎이 작가이기에 글보다 사람에게 먼저 관심이 갈 수도 있다는 걸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부연했다.

표제작인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는 언어에 대한 회의와 영향력 그리고 희망을 복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말에 대한 여러 경험이 녹아 있다는 평가인데 작가로서의 고뇌와 관련 그는 “언어에는 마법과 같은 치유력이 있다고 믿고 있다. 이런 믿음이 없다면 언어로 타인과 나를 연결하는 문학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런데 치유의 길에 도달하기 위한 여정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라고 전했다.

최 작가는 “ ‘옳다’ 또는 ‘그르다’는 사고에 도달하기 전에 무한히 거쳐야 할 사유의 갈래가 몽땅 매도당하고 부정당하는 것 같다. 단어 가치의 중첩은 진실, 이상, 참과 거짓을 쓸모없게 만들고 있다”라며 “어쩌면 언어의 미시 단위가 양자역학 세계에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라고 언급했다.

그의 작품 속 외계인의 피부과 방문, 다문화 가정에 들어간 로봇 등 상상력이 독특하다. SF 세계관을 구축하는 과정과 관련해선 과학철학적 상상력과 소외를 결부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최 작가는 “현실적 서사와 과학철학적 정합성을 합치면 소외를 낯설면서도 재밌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였다”라면서 “<이윽고 언어가 사라졌다> 소설집에 담긴 작품 중 상당수가 이런 경로를 따라 서사가 구성됐다. 요즘은 좀 다른데 구상이나 집필 단계에서 특정 정서나 주제, 장르적 형식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소설을 쓰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과 관련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설레임”이라고 덧붙였다.

최이아작가의 이윽고언어가 사라졌다 표지.
최이아작가의 이윽고언어가 사라졌다 표지.


kakim@fnnews.com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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