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떡국 대신 우유·찹쌀떡…설 밥상 차리는 '서울 속 실크로드'[르포]

뉴스1

입력 2025.01.29 07:31

수정 2025.01.29 07:31

27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27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27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 있는 몽골 전통 식당이 붐비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27일 오후,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 있는 몽골 전통 식당이 붐비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몽골의 전통 음식인 소고기 만두 '보즈'(사진 오른쪽)와 우유 차.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몽골의 전통 음식인 소고기 만두 '보즈'(사진 오른쪽)와 우유 차.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에서 한 남성이 만두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에서 한 남성이 만두를 사려고 기다리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에서 한 여성이 상인에게 건두부를 구매하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중앙시장에서 한 여성이 상인에게 건두부를 구매하고 있다.2025.1.27/뉴스1 ⓒ 뉴스1 김민재 기자


"몽골 설날은 원래 엄청 추워요. 계속 따뜻하다가 추워지니까 명절 기분 나네요"
(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눈발이 세차게 휘날리는 서울 중구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 얇은 회색 외투 차림의 바트(43)는 식당에서 받은 우유 맛 사탕을 입에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그는 사탕 껍질을 주머니에 넣고 우산 없이 거리를 가로질렀다. 바트는 여행차 한국을 찾은 친구와 늦은 점심을 함께했다. 설날을 이틀 앞둔 광희동의 명절 분위기는 거리가 아닌 밥상에서 느껴졌다.

우유로 시작해서 우유로 끝나는 몽골의 '차강사르'

27일 오후 '뉴스1'이 찾은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는 한산했다.
길거리에 간이 탁자를 펴놓고 휴대전화 개통을 권하는 남성만이 눈에 들어왔다.

눈이 점점 많이 오자 휴대전화 판매점 직원도 탁자를 천으로 덮고는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대로에는 몽골 음식점 두 곳만이 영업하고 있었다.

광희동 중앙아시아 거리에는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옛 소련 국가 출신 주민들이 주를 이룬다. 몽골과 중국 일부 지역 출신 주민들도 일부 거주한다.

이 중 음력 1월 1일을 가장 성대하게 기념하는 곳은 몽골이다. 몽골의 설날인 '차강사르'는 '하얀 달'이라는 뜻이다. 가족들이 모여 전통 음식을 나눠 먹고 새해 인사를 한다.

이날 오후 3시쯤 방문한 몽골 전통 식당은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빈자리가 없었다. 탁자마다 놓인 흰색 차가 눈에 띄었다.

끊임없이 나오는 주문서를 훑던 종업원이 다가와 "우유 차"라고 설명해줬다. 몽골 명절 음식을 추천받아 '방시타이 차'와 소고기 만두인 '보즈', 그리고 우유 차를 주문했다.

따뜻한 우유 차는 옅은 크림수프 맛이었다. 보즈가 먼저 나와 먹어보니 육즙과 기름이 만두피를 뚫고 나왔다. 방시타이 차는 우유 차에 소고기 만두, 양 꼬리 고기를 넣은 '몽골식 곰탕'이었다. 국물을 휘젓자 밥알이 떠올랐다. 양고기를 입에 넣자 강한 고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식당은 마치 명절의 큰 집 같았다. 손님들은 종업원과 대화를 계속 주고받았다. 한 여성 손님이 휴대전화를 놓고 나가자 종업원은 가볍게 핀잔을 주며 분실물을 외투 주머니에 넣어줬다. 남성 손님들이 밥값을 계산하고 나가려 하자 종업원이 멈춰 세운 뒤 입가심용 사탕을 챙겨줬다.

식당 입구에서 만난 바야르마(31)는 "몽골 사람들에게 우유는 한국의 김치 같은 것"이라며 "젊은 사람들은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건 없지만 우유 들어간 음식은 꼭 챙겨 먹는다"고 설명했다.

"명절마다 만들어 먹기 귀찮잖아요"…북적이는 대림동의 '춘절'

같은 날 오후 5시, 대설주의보에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 중앙시장은 붐볐다. 대림역 12번 출구에서 나와 모퉁이를 돌자 시장이 나왔다.

'연길'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간판이 곳곳에 보였다. 연길은 중국 지린성 연변 조선족 자치주의 수도로, 대림동에는 연길 출신 조선족이 많이 거주한다. 이들은 음력 1월 1일 '춘절'을 성대하게 기념한다.

시장 초입에서는 쉔진푸가 우렁찬 목소리로 손님과 흥정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김치, 배추, 고기만두가 진열돼 있었다. 말을 걸자 "한국 분이신가 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입쌀밴새'를 팔고 있었다. 멥쌀로 만든 만두라는 뜻이다. 연길 주민들은 명절 때마다 쌀을 불려 가루를 내고 뜨거운 물로 반죽해 만두를 빚어 먹는다.

"어차피 명절마다 먹는데, 매번 만들어 먹기 귀찮으니까 사 먹는 거죠" 쉔진푸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입쌀밴새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건너편 반찬가게에서는 박영자 씨가 피순대를 자르고 있었다. 그는 고추장아찌, 피순대, 통마늘 장아찌 등을 직접 만들어 판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군침을 삼켰다. 박 씨는 맛보라며 피순대 한 조각을 건넸다. "한국 순대는 다 당면이 들어가잖아요. 이건 찹쌀이랑 내장만 들어가요"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는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찹쌀떡을 파는 곳이었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찹쌀떡을 퍼서 콩이나 팥고물을 묻혀 팔고 있었다.

10년 넘게 장사했다는 이복남 씨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몰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했다. 이 씨는 "평소에는 잘 안 팔리는데, 한국 떡집에서는 이런 연길식 찹쌀떡을 안 팔아서 명절 때마다 장사가 잘돼요"라고 말했다.

젊은 부부는 이 씨에게 팥 대신 인절미 고물을 묻혀 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5분 넘게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여성은 떨어지는 눈송이를 입으로 불며 꽈배기를 먹었다. 떡을 받아 든 남성은 가게 옆 사설 환전소로 향했다.

잠시 뒤 환전소에서 나온 남편의 바지 뒷주머니에는 중국 위안화가 담긴 봉투가 꽂혀 있었다. 봉투에는 누군가의 이름이 한자로 휘갈겨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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